소천의 세상사는 이야기
부처님 오신 날, 탁발노승의 예언
icon 笑泉
icon 2020-04-30 18:15:49  |  icon 조회: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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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탁발 노승의 예언

 

옛날에 마음씨 착한 홍가가 살았는데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데도

아들만 여섯을 낳아 자식들이 북적거리니 사람들은 흥부네 라고 불렀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해도 여덟 식구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바빠

보릿고개만 되면 초근목피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와중에서도

홍가 마누라는 합방만 했다하면 배가 부르니 또 하나의 입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느 날, 지나가던 탁발노승이 홍가네 집에 탁발托鉢을 와서

좁쌀 한줌을 받아 넣고, 홍가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더니

“허! 허! 이 무슨 변고인고! 낳을 아들이 열이요, 키울 아들이 일곱이네”

열을 낳아 일곱을 키운다? 그럼 셋은 죽는다는 말인가?

지금도 아이들이 여섯인데 넷을 더 낳는다고?

 

“흥! 보아하니 미친 땡 중이네!”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지만

앞으로 살아갈 일에 곰방대 담배연기만 내뿜으며 신세를 한탄하던 홍가가

바느질하는 마누라에게 말을 꺼냈다.

“여보, 내가 아직 기운이 창창하고 당신 폐경도 아득하니, 식구가 계속 불어날 것이니

나는 이삼년 어디 가서 머슴 살다 새경을 받아 오겠소!”

 

기러기 울어 예는 깊어가는 가을밤에 홍가 부부는 부둥켜안고 밤새 울었고

다음날 아침 홍가는 식구들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정처 없는 길을 떠나

험준한 고개를 넘으니 해가 서산을 넘어가는데 말을 탄 선비가 보였다.

“나으리,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요. 이 동네에 하룻밤 묵어갈 주막이 있는지요?”

‘주막거리까지는 삼 십리는 더 가야 하니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유숙하시오!”

 

홍가는 감지덕지, 선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하고 뒤를 따라가는데

어인 일로 이 동네에 발길이 닿았냐고 물어 홍가가 자초지종을 얘기를 하자 선비 왈

“글을 쓸 줄 아오?” “예, 어릴 때 사자소학에 명심보감까지는 읽었습니다요.”

이윽고 선비네 집에 다다르자 솟을대문에 안채, 바깥채, 사랑채에

하인들의 요사채 까지 딸린 부잣집이었다.

 

저녁을 푸짐하게 얻어먹은 홍가는 주인 선비의 부탁으로 밤늦게까지 문서를 정리해 주었고

이튿날 아침 떠나려는 홍가를 선비가 붙잡아 그날부터 홍가는 선비네 집사가 되어

전답 목록을 들고 소작농을 찾아다니며 작황을 판정해서 아주 공정하게 지주 몫을

부과하는 등 집안 대소사를 깨끗이 처리하여 신뢰가 쌓여

일 년이 되자 선비는 보통머슴의 두 배가 되는 새경을 홍가에게 주었다.

 

어느 늦은 밤이었다. 홍가가 장부를 들고 사랑방으로 건너갔더니

선비가 술잔殘을 건네며 넌지시 물었다. “홍 집사는 아이가 몇이라 했지?”

“아들만 여섯입니다요.” 그러자 선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선비와 안방마님 사이에 아이가 없으니 집안은 적막강산,

“삼신할미도 무심하시지. 어찌 이런 집에 아들 하나 점지하지 않으실꼬!”

 

그 후, 입추가 지나고 교교한 달빛은 창호지에 스며들고 귀뚜라미 소리에

잠 못 이루고 있을 때, 살며시 장지문이 열리며 치마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웬 여인이 들어왔다. “소녀는 이 집 하녀이옵니다. 받아 주십시오.”

다짜고짜 치마를 벗고 알몸으로 홍가의 품에 파고 들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마라! 여인을 안아본 지 도대체 얼마 만인가?

 

허겁지겁 내리던 바지가 빳빳하게 솟아오른 양물에 걸렸고

하녀의 옥문도 샘이 솟아 장대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니

아, 천지조화로다! 두 번째 운우雲雨는 서두르지 않고 홍가가 있는 재주를 다 부리자,

하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 번이나 까무러치더니 허겁지겁 방을 나갔고

오랜만에 회포를 푼 홍가는 꿀잠에 빠져 “드르릉 드르릉~~~”

 

그로부터 여드레가 지났는데, 또 한 여인이 들어왔는데

가슴 언저리가 풍만한 것을 보니 전에 들어왔던 여인이 아닌 것 같았고

닷새 후에는, 또 다른 여인이 들어와 홍가의 뇌성벽력을 겨우 견디고는

헉헉거리며 맷돌 같은 사내 품에서 황급히 빠져나갔는데 석 달쯤 지났을까?

주인나리가 눈 꼬리가 험악한 사내와 더벅머리 총각을 데리고 와서 왈

 

“이분은 지관 어른이고 총각은 지관보일세. 내일 아침 두 분을 모시고

재 너머 증조부님 묘소에 갔다 오게나.”

증조부 묘는 고개 넘고 개울 건너 숲 속으로 꺾어 들어가는 첩첩산중에 있어

홍가가 앞서고 두 사람이 따라가다가 주막집 마루에 걸터앉은 홍가는 총각에게 물었다.

“손에 든 게 뭐요?”

 

“산에 오르면 목마르다고 마님이 술과 안주를 싸 줍디다.”

그러자 홍가는 잽싸게 보자기를 풀어, 안주라고 싸준 돼지고기를 마당에 던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관이 “어어” 하며 보따리를 뺏으려는데,

주막집 개가 고기를 덥석 물더니 버둥거렸다. 칠첨사 독이었다.

벌벌 떨던 더벅머리 총각과 지관이 곧바로 무릎을 꿇자

 

홍가가 정색으로 말했다.

“잘 들으시오! 어디 가서 낮잠이라도 실컷 자다가 저녁 무렵 선비한테 가서,

저고리를 증거로 보이고 구덩이를 파고 나를 묻었다고 하고 약정된 돈을 받으시오!

나는 머나먼 고향으로 가서,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다.”

 

내막인즉슨, 이렇다!

모두가 잠든 깊은 삼경에 안방마님이 홍가 방에 몰래 들어와서

“홍 집사! 조용히 들으시게! 석 달 전에, 자네 방에 들어온 첫 번째 하녀가 바로 나일세.

여드레 후에 두 번째 여인은 바깥양반의 첫째 첩이고 마지막은 둘째 첩이었네.

셋 모두 잉태를 했다네! 자네는 종자보시를 잘해서 복 받을 것이야! 이 모두가 바깥양반이 시켜서 한 일이지! 내일 장정 두 사람이 지관으로 위장해서 자네를 죽이려고 할 테니…“

 

홍가는 안방마님이 싸 준 금붙이와 엽전을 넣은 전대를 허리에 차고 선비 집을 떠났다.

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낳을 자식은 열이요, 기를 자식은 일곱이라.”

아무리 계산해도 하나가 모자랐다. 홍가가 일 년 반 만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으앙~”하고 아기 울음소리가 사립 바깥까지 새어나오질 않는가?

 

집을 떠나기 전날 밤, 마누라에게 뿌린 종자로써

다시금 꼽아보니 탁발노승의 예언대로 열을 꽉 채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그리고

여덟아홉 열!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2020-04-30 18: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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