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아무리 덥다한들
에어컨이 없던 옛날 임금님보다 훨씬 큰 호사를 누리나니
이 무더운 찜통더위조차 고마울 뿐이외다.
시원한 에어컨에 선풍기까지
시원한 아이스콘에 팥빙수까지
시원한 아메리카노 냉커피에 물찬 수박까지
초록들판엔 벼 익어가는 소리
향긋한 포도원의 포도향기
대롱대롱 대추나무 사이로 빨간 고추잠자리 맴돌고
더위야! 일백 십 년 만의 지독한 폭염아!
너는 철도 모르느냐?
입추立秋도 지났느니라.
네 이놈 이제 썩 물러가지 못 할까?
“여봐라! 당장 태풍을 불러 저 놈을 한 방에 쓸어버려라!”
“예~이! 시원 통쾌한 사또 분부 받들어 시행하겠나이다.
말만 들어도 시원하지요?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 맛이요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제 맛이니
설마 타져 죽기야 하겠습니까?
이제 며칠만 꾹 견뎌보시게요.
벌써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 들리시지요?
안 들리면 보청기를 껴 보세요!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깜짝 놀랐잖아요.
한 방에 내 모가지 날라 간 눌 알았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