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성군수 유두석 -
살면서 이렇게 가슴 벅찬 때가 있었을까. 가슴 두근거리는 현상이 계속되는 걸 보니 없었던 것 같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혼자 웃음 짓는 걸 보면 필시 병이다. 그렇다. 지금 난 몇 달은 앓아도 기꺼울 병에 걸려 있다. 장성군이 최근 민선 이후 최대 경사를, 그것도 쌍으로 맞은 때문이다. 너무 흥분한 게 아니냐며 쏘아붙여도 어쩔 수 없다. 겹경사에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 우리 군민들은 이해하시려나?
장성군은 최근 민선 이후 최대 사업을 유치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대국민 발표에서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운영 과제를 공개한 때문이다.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은 장성군이 10년간 공을 쏟은 프로젝트다. 정부가 국립심혈관센터 장성 설립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국립심혈관센터가 대체 뭔데 이 요란을 떠느냐고 나무라는 이도 있을 터. 그런데 현재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2위가 뇌심혈관질환이란 걸 안다면, 더욱이 상당수 전문가가 곧 1위와 2위의 자리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본다는 걸 안다면? 그래도 날 핀잔할 수 있을까?
지병도 없던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숨졌다. 사고사가 아니라면 사인은 대부분 뇌심혈관질환이다. 예고 없이 갑작스레 발병해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의 병, 그게 바로 뇌심혈관질환이다. 세계인 사망원인 1위라는 악명을 자랑하는 병이기도 하다.
국립심혈관센터는 11개 대학병원 부설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총괄하는 국가 주도 심혈관 연구 중심지다.
난, 민선 4기 때인 2007년 전남대병원과 손잡고 전국 심혈관센터를 총괄하는 국가 주도 심혈관 연구 중심지인 국립심혈관센터의 유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3만500㎡(10만평) 부지에 뇌심혈관질환 전문 연구센터, 연구병원, 재활센터 등을 지어 한국인 뇌심혈관질환을 체계적으로 연구 및 치료하자는 계획이었다.
일부 의료계를 제외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난 국립심혈관센터를 꼭 지어야 한다고 봤다.
선진국에선 진작부터 국립심혈관센터를 운영한 만큼 국립심혈관센터를 지어야 할 이유는 분명했다. 그렇다면 국립심혈관센터를 굳이 장성에 지어야 하는 이유는? 지역 균형발전, 완벽한 접근성, 나노산업단지 입주라는 환경성, 광주연구개발특구 인접지라는 인프라, 전남대ㆍ조선대ㆍ전북대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연구인력 여건…. 모든 조건을 고려하면 장성에 짓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게 되레 힘이 들 지경이다.
10년의 우여곡절 끝에 유치한 국립심혈관센터는 한국인 기대수명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심혈관질환은 암과 달리 신속한 응급치료만으로도 사망 및 장애를 막을 수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 도움이 되는 기관이 국립심혈관센터인 셈이다. 아울러 고혈압, 당뇨, 흡연 등 한국인 심혈관질환 유발 인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한국인 건강지수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장성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안 그러겠는가. 예상 사업비만 3500억 원이나 되는 거대 사업이다.
하늘까지 도왔다. 장성군이 큼지막한 선물을 덤으로 받게 됐다. 100대 국정운영 과제에 장성 축령산 개발이 들어가 있는 '노령산맥 권 휴양ㆍ치유벨트'사업까지 포함된 것이다. 이 사업은 노령산맥의 산림자원을 휴양ㆍ치유벨트로 조성하는 지방자치단체 연합 프로젝트다.
하늘이 도왔다고 호들갑스럽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서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방문했다. 김성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단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국립심혈관센터 장성 설립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운영 과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건의해 긍정적인 답을 이끌어냈다.
당시 면담에서 김 단장에게 장성군에 국립심혈관센터를 유치하면 축령산 편백숲과 연계해 재활치료ㆍ요양 시설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웬일? 건강증진센터를 확장하고 치유숲길, 일광욕장, 풍욕장 등을 조성하는 추정 사업비 90억 원 규모의 '축령산 편백숲 공간 재창조' 사업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운영 과제인 '노령산맥 권 휴양ㆍ치유벨트' 사업에 포함되는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안 그래도 '치유의 숲'으로 불리는 축령산은 국립심혈관센터와 연계하면 진정한 '치유의 숲'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미 장성군은 '실버복지 1번지'로서 전국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다. 이제 '의료복지 1번지'라는 별칭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치유의 도시'라는 새 별칭까지 덤으로 얻을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우리 장성군으로선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지경인 셈이다.
이런 잔칫집 분위기에서 군수인 내가 웃지 않고 과연 배길 수 있을까? “끝”
선비정신이 숨쉬는 장성이 '치유의 도시'로 거듭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