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의 세상사는 이야기
노인의 눈물
icon 笑泉
icon 2016-12-07 17:06:26  |  icon 조회: 1214
첨부파일 : -
노인의 눈물

노인이 식당을 처음 찾아온 것은 지난 초겨울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된장찌개를 다 먹은 후 노인은 3000원을 내밀며
연탄 2장을 달라고 했습니다.

연탄을 건네주자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산동네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날 이후 노인은 날마다 저녁 6시경 식당으로 내려와
된장찌개를 먹고 연탄 2장을 손에 들고 산동네로 올라갔습니다.

하루 한 끼 식사와 두 장의 연탄으로 난방을 해결하는
노인이 안쓰러웠지만 내색을 하는 게 외려
노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 주인 여자는
다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노인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 한 장을 건네며
몹시 난처한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사흘 이상 오지 않거든 그곳으로 전화를 걸어주시오.”

사흘이상 식당에 오지 않는 건 노인의 죽음을 의미하며
죽음보다 무서운 방치당하는 개 주검이 두려워
죽음의 기별을 부탁한 것일 터이니
하루 한 끼 식사와 2장의 연탄으로 연명하는 여생,

지금껏 인연 맺은 사람도 많았을 터인데
그 분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누추하고 남루한 몰골에 초겨울 회색하늘을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누나.
2016-12-07 17:06:2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소천 세상사는 이야기
#번호 제목 작성자 첨부 날짜 조회
512 어리석은 듯, 아직도 청춘! 笑泉 - 2025-05-03 288
511 고천문 소천 - 2025-04-30 170
510 나그네와 청자연 笑泉 - 2025-04-30 131
509 장성 삼계면 관수정(觀水亭) 笑泉 - 2025-03-22 293
508 장성 삼계면 기영정(耆英亭) 笑泉 - 2025-03-22 184
507 끝자락 인생 이야기 笑泉 - 2025-02-07 334
506 시국 단상(時局 斷想) ▪ 멈춰라! 笑泉 - 2025-01-08 280
505 새해 첫날 笑泉 - 2025-01-05 216
504 2024 끝 날의 노래 笑泉 - 2025-01-05 161
503 송년단상(送年斷想) 笑泉 - 2024-12-28 235
502 제64회 전라남도 체육대회 성공기원 장성군 체육인의 밤 헌시 "뜨거운 남도의 핏줄" 笑泉 - 2024-12-18 198
501 춘하추동(春夏秋冬) 인생 단상(斷想) 笑泉 - 2024-11-29 226
500 황혼 인생 笑泉 - 2024-11-19 238
499 허물없는 친구야! 笑泉 - 2024-11-19 213
498 인생과 사랑의 유통기한 笑泉 - 2024-08-30 280
497 건강인생 처방전(處方箋) 笑泉 - 2024-08-30 169
496 무심무제(無心無題) 笑泉 - 2024-08-30 162
495 시작 그리고 끝 笑泉 - 2024-08-10 215
494 다시 청춘! Youth again! 笑泉 - 2024-03-06 321
493 동학농민혁명(東學農民革命) 강의안 笑泉 - 2024-01-03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