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조 문인 서거정(1420-1488)이 집필한
한가한때에 주고받는 음이 묻어나는 소화笑話 책인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에 의하면
어느 한가한 날에 三峯 鄭道傳과 도은 이숭인陶隱 李崇仁, 양촌 권 근陽村 權近 등
소위 이색문인李穡門人 세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한담 중 평생을 두고
즐거움을 삼을 수 있는 평생지락平生至樂이야기 인 즉
역성혁명의 주인공답게 야성野性이 살아있는 정도전 왈,
삼봉三峯 : “차가운 눈이 흩날리기 시작하는데 갑옷입고 준마 위에 높이 앉아
아득한 들을 끝없이 달리면서 사냥 하는 것일세.”
세속을 떠난 선가禪家의 기품이 느껴지는 이숭인 왈,
도은陶隱 : “산속 정갈한 방 밝은 창 아래 조그마한 책상이 놓였는데
향 피우고 스님과 마주앉아 차를 달이면서 시를 읊는 것일세.”
권문세가로써 부와 명예를 누린 권근.
양촌陽村 : “흰 눈이 뜰에 소복이 쌓이고 밝은 햇빛이 창에 화사한데
따스한 온돌방에 병풍을 둘러치고 화로를 끼고 앉았다가
손에 책 한 권 든 채 벌렁 누웠는데 미인이 섬섬옥수로 수를 놓다가
때때로 바늘을 멈추고 화롯불에 밤을 구워 먹여 준다면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삼인공통 : “옳거니 바로 양촌의 말이 옳도다!”
저마다 삶의 궤적을 드러내는 그대 인생의 즐거움은 무엇이뇨?
“소천! 네 인생의 즐거움은 무엇이뇨?” 묻고 답하노니
소천笑泉 : “오늘 같은 삼복더위에 거실에 벌렁 누워 에어컨․선풍기 틀어놓고
재밌는 TV다시보기 삼매경에 빠졌다가 스르르 낮잠에 빠져
월척의 낚시 꿈을 꾼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