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경공이 몹시 아끼던 애마愛馬가 갑자기 죽어 버리자
몹시 화가 난 경공이 창을 휘두르며 마부를 찔러 죽이려 달려들자
옆에 있던 명재상 안영이 경공에게 급히 아뢰기를
“폐하! 저깟 마부하나를 폐하께서 어찌 직접 죽이려 하십니까?
소신이 저 자의 죄를 밝혀 처형하겠나이다.”
하여 왕의 허락을 받은 안영은 마부에게 엄히 이르기를
“네 이놈! 너는 세 가지 죄를 지었다.
첫째, 너는 폐하의 말을 기르는 자로서 말을 죽게 한 죄요
둘째, 너 또한 말 때문에 죽게 되었은즉, 말이 사람보다 더 중함을 증명한 죄요
셋째, 네가 이렇게 처형을 당하게 되면 우리 임금께서는 천하 사람들로부터 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비난을 받게 될 터인즉, 죽어 마땅한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안영의 추상같은 판결에 담아진 간언諫言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경공이
손을 내 저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만, 그만! 저 자를 풀어줘라. 짐의 덕을 해치지 말라!”
이렇듯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왕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도록 하는
뛰어난 언변言辯의 달인達人 제나라 재상 안영이 어느 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는데
지혜와 학식은 뛰어났으나 작은 체구에 못생긴 얼굴하며 한마디로 볼품이 없는지라
초나라 왕은 애초부터 ‘안영’의 기를 죽이려고 성문 옆 작은 개구멍으로 안내케 하며
“자, 이리로 들어가시지요. 우리는 모두 이 개구멍으로 다닙니다.”라고 하니
“허허 이럴 수가! 이 나라는 온통 개구멍을 드나드는 개들만 사는 나라인가 봅니다.”
하여 신하들은 결국 ‘안영’을 성문 안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고
‘안영’을 접견한 초나라 왕은 이에 복수라도 하듯
“당신네 나라엔 그렇게 사람이 없소? 이렇게 못생긴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다니. 쯧쯧쯧~~~”
그러자 ‘안영’이 태연스럽게 "예, 그러하옵니다. 제나라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지만
사신을 보낼 때 훌륭한 임금에게는 훌륭한 사신을, 못난 임금에게는 못난 사신을 보내게
되어 있어 못난 제가 초나라 사신으로 온 것입니다.”
‘안영’의 세 치 혀를 바라보던 초나라 왕이 혀를 내두르며 왈, “유구무언有口無言이로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삼촌지설三寸之舌‘세치 혀!’
옛 어른들께서 세치의 혀를 잘 놀려야 맘껏 웃을 수 있다 했나니
“입에서 뱀 나오는 소리 없기.”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