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상수도 사업 관급공사, 돈의혹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밀어주기 쪼개기 행정’이다.
장성군 관급공사를 둘러싼 의혹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느냐”만이 문제인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공사 계약과 행정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느냐다.
현재 장성군 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 2명과 감리단장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 금액도 공사팀장 2,000만원, 공사 담당자 200만원, 감리단장 600만원 등 모두 2,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사팀장은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관계자는 혐의를 인정하거나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금품의 성격과 대가성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군민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끝낼 수 없다. 57억원짜리 공사에서 왜 11억원이 빠졌나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당초 약 57억원 규모로 낙찰된 공사에서 약11억원 상당의 물량이 별도로 분리돼 다른 업체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57억원 중 11억원이면 전체 공사금액의 상당 부분이다. 이 정도 규모의 공사 물량이 빠졌다면 당연히 묻게 된다. 누가 결정했는가?
왜 결정했는가? 어떤 법적 근거가 있었는가? 당초 계약업체는 동의했는가? 그리고 그 물량을 가져간 업체는 어떤 절차로 선정됐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공정이 늦어졌다’, ‘현장에서 협의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1억원이라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구두 협의 몇 마디로 계약의 상당 부분이 움직였다면 그것 자체가 행정의 투명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쪼개기 계약’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공공 공사에서 계약을 나누는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하나의 사업을 특별한 사유 없이 여러 계약으로 나누거나 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지방계약 제도의 기본 원칙인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공사 관리·감독을 맡았던 공무원과 감리단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동시에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분할 발주 자체가 곧바로 불법이나 특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계약 변경이었다면 정상적인 절차와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한다.
결재문서가 있는가. 변경계약서가 있는가. 회의록이 있는가. 당초 계약업체의 동의나 협의 내용이 있는가. 제3의 업체를 선정한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이것을 하나씩 확인하면 된다.
행정은 말이 아니라 문서로 증명해야 한다 행정에서 가장 위험한 말 가운데 하나가 “그때 그렇게 협의했다”는 말이다. 공공사업은 개인 간 거래가 아니다.
수십억원의 주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중요한 결정은 문서로 남아야 하고, 누가 결정했는지 책임 소재도 분명해야 한다.
특히 11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규모의 공사 물량을 다른 업체에 넘겼다면 더욱 그렇다. 만약 적법한 절차였다면 장성군은 자료를 공개하고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자료가 없다면 왜 없는지 설명해야 한다. 결국 행정의 투명성은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된다.
‘한두 사람의 일탈’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몇몇 공무원의 개인적인 일탈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비위가 있었다면 개인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계약 변경과 공사 물량 분리까지 이뤄졌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누군가 돈을 받았다는 의혹과 누군가에게 공사 물량이 넘어간 과정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 중 하나가 돼야 한다. 그리고 장성군은 경찰 수사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행정의 잘못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장성군 관급공사, 이번 기회에 전수조사하라. 이번 사건은 장성군 관급공사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근 수년간 장성군이 발주한 공사를 대상으로 분할 발주와 수의계약이 적정했는지,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증액이 반복되지 않았는지, 특정 업체에 계약이 편중되지 않았는지, 감리와 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당초 계약 이후 공사 물량이 빠지거나 새로운 업체가 투입된 사례는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특정 업체를 겨냥한 조사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업체가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 점검이다. 군민은 ‘깨끗한 행정’을 원한다
장성군은 그동안 청렴과 공정한 행정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더 엄격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수사와 행정감사는 별개의 영역이다.
경찰은 범죄 혐의를 수사하면 되고, 장성군과 상급기관은 계약과 행정 절차가 적정했는지 확인하면 된다.
돈을 받았는지는 경찰이 밝히고, 공사가 왜 그렇게 분리계약이 진행됐는지는 행정이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57억원짜리 공사에서 11억원이 빠진 이유를 군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누가 결정했는지,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특정 업체에 특혜가 있었는지, 주민의 혈세가 적정하게 사용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얼버무려지는 것이다.
공공계약에서 관행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고, 말보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며, 해명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한 공개다.
뇌물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의혹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행정 시스템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군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청렴 구호가 아니다. 내 세금이 어디에,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쓰였는지 알 수 있는 행정이다.
그것이 진짜 청렴이다.
장성군은 이번 사안을 개인 비위 사건으로 축소하지 말라. 뇌물 의혹은 수사기관이 밝혀야 하지만, 계약 행정의 문제는 장성군이 스스로 밝혀야 한다.
57억원 공사에서 왜 11억원이 빠졌는지, 누가 결정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민의 혈세가 적정하게 집행됐는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장성군의 청렴은 구호가 아니라 계약서와 결재문서, 그리고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급공사 계약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민들이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다. 누가, 왜, 어떤 절차로 쪼개기 계약을 결정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듣고 싶어한다. <장성뉴스 발행인 반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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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고발조치해서 윗선을 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