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모두가 주인이 돼야 한다
[독자투고]모두가 주인이 돼야 한다
  • 장성뉴스
  • 입력 2011.01.01 17:53
  • jsinews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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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주인이 돼야 한다
50대 후반 정도 되는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만해도 우리나라 농촌에는 머슴제도가 있었다. 머슴이란 농가에서 숙식을 하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고용살이하는 남자를 지칭하는 말인데 주로 자기 소유의 논밭이 전무한 사람이 농사지을 땅은 많으나 일손이 부족한 대농가(大農家)에 가서 새경을 받고 일을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새경은 주로 쌀로 받았는데 1년에 상머슴은 열다섯 가마니 정도, 중머슴은 열 가마니 정도, 몸이 약하고 일에 서툰 머슴은 대여섯 가마니 정도 받았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저임금이고 노동력의 착취에 해당되지만, 먹고살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머슴살이이나 식모살이도 서로 하려고 애쓰던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다.

머슴 중에는 주인이 곁에 있든 없든 자기 집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주인 같은 머슴도 있었지만, 대부분 주인이 있을 때에는 열심히 일하는 척하고 주인이 보이지 않으면 슬슬 쉬면서 적당히 일하는 머슴이 많았다.
주인과 머슴 사이에는 커다란 의식의 차이가 있다. 주인은 능동적으로 열심히 일하지만 머슴은 피동적이고 주인의 눈치나 살피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주인과 머슴이 사라진 오늘날 나그네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머슴은 시키는 일이라도 하고 주인의 눈치라도 보지만, 나그네는 어떤 의무나 책임감 없이 철새처럼 잠시 머물렀다가 훌쩍 떠난다.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교직원은 일정한 기간 동안 근무하다 전출가면 그만이지만, 학생은 졸업을 해도 모교와 졸업생이라는 관계가 영원히 남는다. 학생이 주인의 성격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학생에게서 주인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핀 후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거나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버리는 학생은 많은데 능동적으로 줍는 학생은 거의 없으니 영락없는 나그네의 모습이다.

학생들만 탓할 것도 없다. 거리에 나가보면 운전자 중엔 담배를 차안에서 피우고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운전자가 부지기수이다. 차창 밖을 쓰레기장으로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차에 탄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껌종이나 과자봉지 등의 쓰레기를 차창 밖으로 마구 던진다. 엄마, 아빠의 그런 행위를 수도 없이 봐 왔을 테니까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이다.

행락철 유원지에는 놀고 간 흔적들이 역력하다. 빈병, 휴지, 남은 음식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먹고 마시며 즐긴 뒤 떠난 나그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주인이 나그네로 전락한 가정과 학교와 직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머슴이나 나그네가 아닌 주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인/수필가 김병연(金棅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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