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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창평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문우文友 정문규 시인이 직접 지어 보내 온 수필이 좋아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 정문규 지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낮, 개들은 혓바닥을 쑥 내밀며 캑캑거리고, 닭들은 축 처진 호박잎처럼 날개를 늘어뜨린다. 매미 소리마저 뜨거운 한여름엔 나무 그늘에서 한잠 잤으면, 모기 물린 종아리 누가 좀 긁어주었으면, 아~ 하품하기도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하지만 여름은 나름대로 낭만이 있고 꿈이 있다. 새벽이슬 머금은 나팔꽃이 영롱한 아침을 연다. 그래서 나팔꽃을 영어로 ‘morning glory'라고 하지 않던가? 나팔꽃 줄기를 타고 유년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들은 벌써 기찻길을 따라 냇가로 뜀박질,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고 있다. 물속에 고무신 배를 띄워 따라가기도 하고 피라미와 다슬기를 잡기도 한다. 물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덜컹덜컹 기차가 철로 변 아카시아 이파리를 흔들고 지나가면 내 마음까지도 두근두근 기적이 울었다. 해질 무렵, 시골집 뒤뜰 장독대 옆에서는 봉숭아, 채송화가 수줍게 속삭이고, 거미는 집짓기에 바쁘다. 보건소 소독차가 읍내 신작로를 한 바퀴 돌면 애들도 따라 돌며 하얀 연기 속에서 꿈을 잡았다. 저녁이 되면 앞마당에 모깃불 냉갈〔연기〕이 피어오르고, 아스라이 잡힐 듯한 밤하늘을 보면 가끔씩 별똥별이 떨어져서 신비감에 빠져들었다. 어머니 정성어린 손길에 김 모락모락 감자를 먹고, 알이 옹골찬 옥수수를 먹고, 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를 까먹고, 어떨 때는 특식으로 수박화채를 해 먹고, 그러다 엄마 무릎베개에서 부채바람에 잠이 들곤 했다. 반딧불이〔개똥벌레〕는 밤하늘에 형광펜으로 글씨를 쓰고 지우며 여름을 깊게 했고 추억도 더욱 깊어져만 갔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계는 국방부 시계이리라. 군 생활 할 때에는 왜 그리 시간이 더디 가던고? 한 달에 한 번, 달력 찢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이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 저승 시계가 빨리 가자고 하니 산속으로 들어가는 숨은 해도 잡아당겨 대못이라도 박아놓고 싶다.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귀천(歸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삶에 대한 달관(達觀)과 죽음에 대한 체관(諦觀)을 노래했다. 나도 때가 오면, 과연 인생 소풍이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등산을 하노라면 산기슭 암벽에 소나무 한 그루가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서 있다. 길을 걷다보면 보도블록 사이에서 나온 풀꽃들이 강한 생명력으로 머리를 쑥 내밀며 자라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순수(純粹)한 마음’이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가질 것이 아니라 그대 눈빛을 빛나게 하라. 예쁜 꽃만 꺾으려 하지 말고 마음의 꽃밭을 가꾸라. 순수가 없으면 학문(學問)을 해도 항문(肛門)이요, 진실(眞實)이 없으면 위선(爲善)하고자 해도 위선(僞善)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상(理想)을 추구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 이치를 깨우치라.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가슴속에도 빛나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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