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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09: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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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피는 꽃 1 왜 이제야 피느냐 왜 하필 길가에서 피느냐 채이고 밟히며 천하게 피느냐 이파리는 찢기고 어여쁜 꽃잎마저 시들어 보는 마음을 애잔케 하느냐 사랑했던 것이냐 아무도 몰래 사랑했던 것이냐 사랑이야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을 했던 것이냐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했던 것이냐 한 해는 이렇게 저물어 가는데 너는 열매도 없고 씨알도 없이 사랑만 하다가 말라가는 것이냐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긴 밤을 떨며 새운 벌나비가 쳐져버린 네 젖을 빨고 있었구나. 길손이 네 향기를 맡고 있었구나.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춥고 주린 벌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지친 길손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한 해가 이렇게 저물도록 끝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돌아오는 길에는 나를 반겨다오 눈 쌓인 길을 웅크리고 돌아오는 그 길에 덤불 속에 마지막 한 송이로 피어 터벅거리는 발걸음을 기다려다오 숨어서 숨어서 날 기다려다오 끝사랑으로 날 기다려다오 2 그 몸으로 사랑했더냐 가슴은 마르고 살은 찢긴 채로 비바람에 맞고 발길에 밟히면서 그 긴 세월을 다 견디며 한 가지로 사랑을 했더냐 가난한 풀꽃 몇 송이 피우고 그 씨알 몇 개를 전하기 위해 늦가을 초겨울이 다 오도록 무서리에 얼었다가 살아나면서 그 몸으로 견디었더냐 그 몸으로 사랑했더냐 예쁜 꽃들은 피었다가 제 자리로 돌아가고 무성하게 푸르던 잎들도 다 떨어져버렸는데 너 홀로 이 계절을 지키고 있는 것이냐 바람 찬 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것이냐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심한 길가의 마른 덤불 속에 숨어 핀 풀꽃 몇 송이 사랑이 아니었으면 어찌 견디었으랴 꿈이 아니었으면 어찌 견디었으랴 아름다움을 포기한 꽃이여 낯 내기를 포기하고 숨어서 피는 꽃이여 끝내는 덤불처럼 묻혀져 가는 꽃이여 지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꽃이여 나를 닮아서 나를 아프게 하는 꽃이여 나를 사랑해서 나를 아프게 하는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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