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기사
뉴스ㆍ종합
사회ㆍ경제
자치ㆍ행정
교육ㆍ문화
농업ㆍ환경
포토만평
동영상
기사검색
검색
2025-06-28 09:04 (토)
로그인
회원가입
관련사이트
전체기사
뉴스ㆍ종합
사회ㆍ경제
자치ㆍ행정
교육ㆍ문화
농업ㆍ환경
생활 · 정보
사고팔고
구인구직
정보마당
포토세상
참여마당
독자투고
광고안내
민원접수
기사제보
자유게시판
소천 세상사는 이야기_이전
닉네임
비밀번호
제목
파일1
자동등록방지
내용
<DIV> <FONT size=6>노름꾼 <BR></FONT><BR><FONT size=2>한겨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깊은 밤 모두가 잠이 들고 산숲에서 들려 오는 승냥이의 배고픈 소리가 간간이 울려오고 있었다.<BR>얼마 있으면 첫닭이울 시간인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마을 입구를 들어서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BR>머리가 헝클어지고 구겨진 바지가랑이에 술이 튀어 낭자한 모습이 무슨 허망한 일을 치르고 난 사람의 몰골이었다. <BR>간간히 신음 비슷한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보아 마음에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BR>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노름꾼 방씨였다. <BR>방씨가 마을에 이사해온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선친께서 마을에 터를 잡은 시기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누가 먼저랄 것은 없었다. <BR>방씨의 부친이 장판없는 방에서 돌아가신것과 상여와 상여꽃을 보면서 사람이 죽으면 저렇게 되는 것이구나하고 새로운<BR>세상을 접하는 경이로움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씨는 그의 부친 생존시에는정말 부지런한 농부였다. </FONT></DIV> <DIV><FONT size=2>닭이 울기전에 일어나 소를 위해 소죽을 끓이고 동네 샘터에서 물을 길러 부엌 커다란 항아리에 채워 <BR>아침 밥을 짓고 허드레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BR>해가 뜨면 싸리비로 마당을 쓸고 동네 고샅까지 말끔하게 청소 했다. 이러는 방씨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BR>그의 처 호동댁은 이런 남자에게 시집온 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었다. <BR>그런데, 방씨는 돌아가신 부친의 묘에 풀이 자라기도 전에 마을 노름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BR>처음부터 방씨가 노름에 관심을 가진것은 아니었다. </FONT></DIV> <DIV><FONT size=2>돌아가신 자신의 부친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서 막걸리 잔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BR>자연스럽게 노름패들과 어울리게 되었던 것이다. <BR>노름꾼들은 초보자를 끌어들일 때 쓰는 법을 방씨에게도 그대로 활용했다. 점 1원부터 시작했다. <BR>꾼들은 매일 조금씩 조금씩 돈을 잃어주었다. <BR>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점당 10원으로 올렸다. 이때도 계속해서 돈을 잃어주었다<BR>매일 돈을 따는 바람에 액수가 상당해졌다. <BR>논마지기를 짓기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까지 뼛골이 빠지도록 일을 해도</FONT></DIV> <DIV><FONT size=2>손안에 지전 1원짜리 한 장 들어오지 않았는데 술마셔가며 화투짝을 쥐고 있으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BR>구태여 힘들게 일할 필요없이 노름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BR>노름꾼들은 방씨가 노름에 재미를 붙여갈 무렵 그러니까 가을걷이가 끝나갈 때였다. <BR>방씨는 늘 하던대로 저녁밥상을 받자 부리나케 밥 한그릇을 비웠다. <BR>숭늉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기 전에 벌써 구두를 찾아 신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아랫마을 노씨 집에서 노름을 하기로 연통을 받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BR>방씨는 주머니에 항상 두툼한 지폐를 넣고 다녔다. 그 동안 힘 안들이고 올린 수입이었다. 노씨 노름방에 모인 사람은 모두 5명이었다.<BR>노씨가 닭한마리 잡고 막걸리를 술동이가 넘치도록 받아다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첫판은 예전대로 방씨가 마수걸이를 했다. <BR>방씨는 이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안주머니에 지폐뭉치를 쑤셔 넣었다. <BR>이때 꾼들의 눈빛이 빛나며 재빠르게 눈으로 암호를 주고 받았다. <BR>이를 알리없는 방씨 화투짝을 솜씨있게 쳐대며 패를 돌렸다. 화투짝 스치는 소리만이 방안의 고요를 가를 뿐 <BR>모두들 숨죽이며 화투 패를 주워 들었다. 두장보기 갑오잡기 였다. 판돈이 순식간에 지폐로 수북히 쌓였다. <BR>방씨는 거침없이 돈을 찔러댔다. 패를 까보는 순간 방씨는 눈앞이 노래졌다. <BR>화투를 잡은 지 6개월 처음으로 패배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딴 돈의 절반이 날아갔다. 그러나 방씨는 자세를 바로잡고 다음 판을 노렸다. <BR>그런데 무슨 조화란 말인가! <BR>번번히 한 끝 차이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주머니에 두툼한 지폐가 이미 바닥이 나버렸다. <BR>방씨는 옆에 놓인 막걸리 잔을 들어 단순에 술을 마셨다. <BR>속이 알싸 해지면서 정신이 번쩍들었다. 화투 패를 놀리는 꾼들의 동작이 너무 느리다고 느껴질 정도로 방씨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BR>자정이 넘어갈 무렵 방씨는 그동안 딴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말았다. 거기다 엊그제 벼를 수매한 돈 일부까지 날리게 되었다. <BR>꾼 중에 한명이 방씨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눈으로 상대편에 앉은 꾼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늘은 그만 하자는 것이었다. <BR>" 어, 오늘은 방씨가 너무 잃었으니 그만합시다."<BR>" 그려, 그려"<BR>" 오늘만 날인가 낼도 있응께"<BR>꾼들은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방씨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BR>" 아니, 이사람들아 아직 초저녁인데 뭘"<BR>방씨는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화투짝을 돌렸다. 꾼들은 못이긴척 하며 화투짝을 집어 들었다. 방씨는 또 적잖은 돈을 날렸다. <BR>이제 몸에 돈이 한 푼 없었다.<BR>" 어! 방씨 돈 떨어진 모양이시"<BR>" 그러니 낼 하자니까"<BR>" 맞네 방씨, 낼 돈가지고 와서 해야지"<BR>꾼들은 막걸리를 한사발씩 들이키며 정색을 하며 방씨를 바라보았다.<BR>"이 사람들이 무슨 소리야 더 하자구"<BR>방씨는 못이긴척 다시 화투짝을 잡는 사람들에게 눈을 치켜떴다. 이런 호재를 꾼들이 놓칠리 없었다. <BR>조금 풀어주고 왕창왕창 끌어 당겼다. <BR>화투는 새벽 닭이 홰를 칠 무렵 끝이났다. 술에 취하고 돈을 잃어 기운이 떨어진 방씨가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이날 저녁 방씨는 돈 서마지기와 밭 서마지기를 날려 버렸다. 방씨의 가족들에게 생명같은 논밭이었다. <BR>방씨는 노름에 눈이 뒤집혀 가족들 생각도 잊은채 무모한 행동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BR>늦가을 가을 바람이 후려치는 다리를 끌다시피 집에 돌아와서 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퍼져 버렸다. <BR>그의 처 호동댁은 남편이 술먹고 놀다가 늦었거니 생각하며 요새 남편이 부쩍 외출이 잦은 것에만 짜증이 날 뿐 <BR>더이상의 나쁜 기분은 아니어서 실눈을 뜨고 한 번 노려보고 <BR>아직 첫닭이 울때까지는 잠을 더 잘 요량으로 눈을 감았다. <BR><BR>출처 : 문학사랑 (채규수 지음</FONT>) </DIV>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