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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연가 '망각의 피안에서'
icon 소천재선
icon 2003-11-06 14:45:14  |  icon 조회: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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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연가 '망각의 피안에서'


color=red>군가를 사랑한다는거, 가끔 참 신기해요


color=red>나 자신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오로지 그 사람만을 생각할 수 있다는거,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면 / 생각할 수 도
없는 일이잖아요.
죽을 때까지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인생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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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의 《아직도 그녀는 행복하다》중에서 -

금은 먼 옛날, 40여년
전 그때 그 시절!
사춘기 초원에서 열병처럼 온 몸을 달궜어도
끝끝내 '사랑한다' 한마디 말못하고
짝사랑이 되어버린
첫사랑이 있었네.

지워지지 아니하니 지울 수 없었고
지울 수가 없으니 잊을 수도 없었고
행여 지워질까 못내 못 잊어

그리운 사람 있었네.

허겁지겁 달려온 사십 구 계단, 불혹의 다리 건너
지천명의 언덕에 올라 안개 낀 이순을
바라보니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은 흘러 저만큼 인데
망각의 피안에서 돌아온 아스라한 추억이 새롭네.

방구다리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소녀여!
봄이 오는 방천 길 따라 너울너울 황홀했던 소녀여!
빨간 쉐터에 빠알간 미소 띄며 수줍었던 소녀여!

꽃과 나비로 만날 수 없었던 사랑스런 소녀여!

사랑하는 추억의 소녀여!
살랑살랑 봄바람 아지랭이, 나물케던 파릇한
봄 언덕
내 마음을 적시고 간 아름다운 그 모습 그대로인데
아, 세월이 흘렀구나, 참, 많이도 흘렀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은 괴로움 되어
그로부터 시작된 애달픈 사랑의 세레나데......
맺지 못할 인연일랑 생각을 말자하고

저 홀로 울어야 했던 슬픈 짝사랑의 비애였다네.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사랑에
버림당한 민요시인 소월이
비단 같은 시어로 한 올 한 올 짜 목놓아 불렀던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어찌 소월 뿐 이었겠습니까?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영랑도 그랬고
'임께서 부르시면' 석정도 그랬고

'사랑했음으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던 청마도 그랬거니

흰 구름 같은 농촌소년의 순진함이야
그 얼마나 순수한
사랑의 열정이었으랴.
아지랭이처럼 피어 오른 청춘의 꿈이 임으로 사모하게 될 제
무릇 세상의 모든 것 중 으뜸은 사랑이었으리.


'천년 묵은 안압지에도
돌 던지니
출렁하고 대답 있대나,

겨우 열 여들, 이 기집데야
늬는
귀도 없나, 입도 없나.
짝사랑의 안타까움에 파인 김동환님도 슬피 울었다네.

해와 달이 뜨고 지고 초롱초롱 별 하늘에
그리운 얼굴
훌쩍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가슴 어딘가에 흐르는
그리움의 강물은 흘러만 가는데
구비 구비 굽어 흐르는
끝이 어디메련가.

시공을 초월한 역류의 강 건너
보일 듯이 잡힐 듯이
이슬에 발 젖고 해뜨는 아침처럼
그대
있음에 행복한 가슴 설레임을 뉘 알리요.


진정 누구를 사랑해 보지 못한 사람은
뜨겁고 애절한 마을을 헤아리지
못하리라.
실연의 상처로 신음해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한 고독의 경지도 모르리라

못 맺은 사랑은 별이 되고 달이
되어
죽어서는 꼭 맺어진다는 천년사랑의 전설 따라
'제 눈에 안경'일지라도
그립고 그리운 사람 있음에 행복 하외다.


뉘엿뉘엿 황혼의 긴 그림자, 할머니라 불리는 지금도
당신은 내 사랑, 영원한 내 짝사랑이외다.
젊음의 푸른 초원에서
목메어 불렀던 노래가
미련의 끝자락을 타오르네.

지난 세월이 그래도 아름다웠던 것은
너를 향한 따뜻한 그리움이었으리

아직도 아껴둔 세월이 한참이나 남은 건
정녕, 인동초 기다림의 축복이라네.

추억의 여로에 다시 피는 숙명적인 짝사랑
연가
장미꽃 도도한 아름다운 영혼의 빈자리에서


꺼질듯 깜박이는 광야의 촛불로
타오르나니
늙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만수무강, 부디 행복하소서!


내 가슴 속
어딘가에숨어있는너!


우연이필연으로, 운명이
숙명처럼


영원히 잊지 못할짝사랑의
추억일지니
'태양은 늙지 않는다!'





2003-11-06 1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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