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세상사는 이야기_이전
네 꼴리는 대로 해라!
icon 소천재선
icon 2003-12-29 09:46:48  |  icon 조회: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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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꼴리는 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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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red>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 밤,
동네 사랑방에 둘러앉아 하나마나, 들으나마나한
소리지만,
웃음꽃이 절로 피는 재미있는 옛 이야기 들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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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5>옛날, 벼슬 못한 백두(白頭)신세를 하나뿐인 외아들을 통하여


백두의 한을 풀려한
선비양반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들이 책에 파묻혀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선비의 길을
가던 중



성년이 되어 혼례를 치러
주었더니만
색시에게 푹 빠져 공부는 이미 물 건너갔고
밤 낮 없이 달콤한 꿀물만 빠는 단꿈에 젖어버렸더라.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꿀보다 더 단 그 일에 푹 빠져 "책 속에 길이 있긴 하지만
진정으로 즐거움은 남녀간의 그 일에 있음을 내 어찌
몰랐던가"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그동안
한 번도 못해보고
책만 보며 지낸 지난날이 억울한 듯 '색시 옷 벗기기'를 밥 먹는 것보다
더 자주 즐기니 아버지 선비양반이 수심이
가득하여



'이대로 가면 과거
급제는커녕코피 터져 죽을상이라'
아버지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아들에게 명하기를!



“젊어서 경계할 것은 색(色)이니라!
대장부란 모름지기 학문에 정진,
입신양명하여


어버이를 기쁘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 뒷산의 암자에 글읽기 좋은 곳을 마련하였으니


내일부터 당장 거처를 옮기도록
하여라!”



한 마디로 색시와 떨어져 공부에 힘써
가문을 빛내라는 말씀인데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던 새신랑에게 청천벽력이었지만
어찌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겠는가.



짐을 싸 집을 떠났지만 색시의 얼굴이
아른아른, 그 달콤한 일들이 떠올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공부는 무슨 놈의 공부!
그러나 준엄한 아버지의 명을 거역할 수도
없는 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 기발한
굿 아이디어!
제집 담을 넘는 것이 도둑일 수 없고 제 색시와 일을 치름이 간통일리 있겠는가.
"옳치! 아무도 몰래 야밤에 월담을
하는 거야!"



참으로 기발한 생각에 스스로 흡족하여
그 날 밤 산을 내려갔지만
막상 집 앞에 도착하자 지엄한 부모님의 뜻을 거역함에
망서려 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색이 선비가 욕정 때문에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들어가다니?
그러나 결국, 담을 넘어 독수공방에서 곤한 잠에 빠져있던 새색시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다짜고짜
물건을 쑥 집어넣으니 어찌 경악치 않으리요!

“으악"
“나요 나 "
“아니, 서방님!


“쉿"



그 날 이후 매일 밤 담을 넘는
남자가 생겼으니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집안의 유모 할멈이 낌새를 눈치채고
주인 마님에게 이를 고했다.



"서방님께서 산으로 가시고 난
다음부터 새색시가
밤마다 월담하는 외간 남자와 사통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심증은 가나 물증의 확증 없이는 양반체통에 큰
일이지.



그리하여 증거확보를 위한 밤샘 보초를
서던 어느 날 밤.
보초를 서던 할멈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괴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호박이 넝쿨 채 떨어지듯 '툭!'
하는 소리.



보초 할멈, 재빨리 주인에게로 달려가
사실을 고했다.
“바로 그 놈 입니다요. 사내가 담을 넘어 벌써 방에 들어갔습니다요"
“그 어떤 놈이냐? 당장 나오지
못할까?"



몰래 색시 방에 숨어들어 막 색시의
속살을 쓰다듬으며 일을 치르려던
아들은 거시기가 번데기같이 오그라들은 채
방문 밖으로 끌려 나오는 신세가 되었는데



횃불을 들고 범인(?)을 쳐다보던
아버지, 깜짝 놀라 "아니? 이게 누구야?"
당장 때려죽일 기세로 몽둥이를 들이댄 '범인'이 당신의 아들이 아닌가.
기가 막힌
주인영감, 아들을 붙들고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단술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고 제 처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루 수 십 번씩을 해도 몸을 상하지 않는다 했는데 내가 잘못했구나.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구나! 앞으로는 '네 꼴리는 대로 맘대로 해라!'"



그 후 끝내 과거급제 못하여 백두는
면치 못했으나
떡 두꺼비 같은 아들을 연거푸 안겨드리니 주인영감 왈
"먹은 대로 잘도 나오는 구만. 허허허!"
하며


손자 보는 재미가 과거급제
재미보다 더 재미있다며 아주 행복했다네요.


'입신양명' 때문에 대를
대가 끊어지는 것 보다 열 번 백 번잘했지!


후후후! 하하하!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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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9 09: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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