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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映山紅) 꽃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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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바람
불던어느 해 봄 날,꽃을 좋아했던 영감님께서 꽃잎처럼 떨어지자
홀로 외로운 할멈,
영감님이 애지중지 손수 가꾼50여 주 영산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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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의꽃 동무가
된 할머니.
요것은 큰아들 낳고 심은
꽃나무, 저것은 큰 딸 낳고 심은 꽃나무요
대문 앞 영산홍은 잘
크다가 영감이 거름된다며
맨 날 오줌 싸더니 죽어서
파 버렸고 등등
나무마다 마디마디 얽히고 맺힌 정이있어 서울 사는 아들딸이 보고
싶고
영감님 생각 날 적마다
쳐다 보던 50년생 50여 주의 영산홍을
어느 날
밤!흔적도 없이모조리 도둑 맞아 버렸다는소식을 듣고
속 상하실 할머니를 위로차
찾아 갔더니
"요새같이 험한 세상에 사람 안
해치고 조용히 몰래 훔쳐가서 다행"이라며 웃으시는 할머니.
"이제 우리 영감이 심었던 꽃은 전부
없어졌으니 이제부터 전부 내 몫으로 내가 새로 심을 거야!"
'내일 세상에 종말이오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인이 따로 없어 보였고
들고간한 봉지
생과자를 오물오물 하시면서
"생과자는 입 맛들면 자꾸
먹고싶어지는건데 왜 사왔어?" 하셨다.
며칠후 생과자 한 봉지를 또 사들고
찾아가
"할머니!생과자는 먹을수록 입 맛 드신다고요? 자~ 또 잡숴보세요"
"뭘, 또
사와? 그냥 농담으로 한말인데, 앞으로 또사오면 정말 안 먹을 거야!"
벌써, 마당 한
켠, 마사토로 만든 삽목상에는 상당한 영산홍이 빼곡히 심어져 있었고
한 여성의애잔한 삶을
아름답게 노래한 서정주 님의'영산홍'이
백합향기
그윽한할머니의잔잔한 미소위에흐르고봄은 벌써 여름을 부르고
있었다.
* 영산홍(映山紅)
- 서 정 주 -
영산홍
꽃잎에는
山이 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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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자락에 낮잠
든
슬픈 小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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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室宅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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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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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주) 영산홍(映山紅) : 서정시인
서정주 님의 작품.
전 5연으로 이루어진 2행시, 7·5조의
율격에
영산홍처럼 아름다운한 여성의 애잔한 삶을 승화시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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