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ze=4>잠
못 자고 돈잃고, 돈잃고 잠 못자고~
보통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친구들과의 친목계 등에 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으레 벌어지는 고스톱 화투판(花鬪板)에 끼어 들어 잠 못 자고 돈 잃고 새벽녘에 이르러
부스스한 얼굴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출근해 보지 않는 분들이 몇이나 될꼬?
화투 판에 앉기만 하면
맨 날
까지기만 하여 친구들로부터
'삼천만의 호구'라는 별명에 '좋은 손님'으로 통하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
굼벵이도 뒤는 재주가 있다고 어느
날,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판에 깨질 무렵인 새벽에 세어보니 일금 5만원이 따져 있었으니
그것은 실로 운수대통한 역사적인
사건(?)이었지만 이 친구 계속 투털투털!
"야! 너 돈을 오 만원이나 따놓고
왜 계속 투털대냐?"
"딴 것 좋아하시네! 내 목표가 이 십 만 원이었으니까 내 계산으로는 십오만원이 손해다!"
"얼씨구! 너 그러면
네 목표를 위하여 한 시간만 올려 쳐 볼까?"
그리하여, 목표달성을 위한 마지막
연장전에서 아뿔싸! 또, 완패에 완패!
목표달성은 고사하고 결국, 지갑 속의 먼지까지 탈탈 털고 나왔으니
과욕은 금물, 일지(一止)는
정(正)이니라! (一 + 止 = 正) 즉, 한번 쉬어 가는 것이 바른 길이라!
푸하하하! 하하하!
흐흐흐흑~!
size=5>19세기경 일본에서 건너 왔다는 화투가 일본에선 찾아 볼 수없는 놀이라는데
여기에 한국인의 위대한
창의력을 가미한 별의별 '고스톱'을 창안하여 별의별 잡담 속에
시끌벅적한 꾼 들의 질펀한 육담까지 밤새는 줄 모르고 즐기는
화투.
언제 어디서나 벌어지는 화투판,
고스톱 망국, 국민 오락을 뛰어넘어
국민도박의 원조인 화투가 대체 뭐 길래 혼까지 갉아먹는 것일까?
일년 열 두 달의 뜻을 담은 하투 한
장을 들어보니
정월달의 화투 패는 노송에 한 마리
학이니 '송학(松鶴)' 일명 '삥'이라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인 학은 일본에서도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福과 건강'을 비는
기복(祈福)이로구나.
2월은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매조(梅鳥)'라
일본에서 매화 축제가 2월에 벌어지고 꽃 외에 열매, 즉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梅干)는
입맛 돋구는 대표적
일본음식으로 매화는 일본인들에겐 생활 속의 꽃이래요.
3월은 3光의 '사쿠라' 즉, 벚꽃이
만발하였구나
대나무 바구니에 벚꽃을 담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게
각종 식장(式場)에서 막으로 둘러치는 전통휘장 이래요.
4월은 밤 새 날아든다는
'흑싸리'로구나.
흑싸리라고 부르지만 원래 일본의 전통명문 가문의 문장(紋章)으로 쓰이는 등나무와
'나무에 앉더라도 어미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의 새'라는 비둘기랍니다.
5월은 '난초' 꽃이
피었구나
난초라고 부르지만 원래
'창포(菖蒲)로써 5월의 향취를 상징하는 꽃으로
우리도 단오 날 여인들이 창포물에머리감는 풍속이 있지요.
6월은 '모란이 피기까지'의
'모란'에 나비가 앉았구나
일본에서는 꽃 중의 꽃으로 치는 고귀한 꽃이지만
원래 향기 없는 꽃이이라고나비를 안
그리는데 '열 끝'에 '나비'가 있네.
7월은 '홍싸리'에 멧돼지가
뛰노는구나
무성한 '홍싸리' 나무사이를 헤치며
멧돼지(猪-이노시시)가 제 철을 만났네.
8월은 달 밝은 '팔공산(八空山)'에
기러기 나는구나
휘영청 밝은 가을 달밤에 기러기가 세 마리가 떼지어 날아가니
아,깊어 가는 가을 밤이
쓸쓸하여라.
9월은 국화이니
'국준(菊俊)'이라
국화꽃 국화주를 마시며 청단 짝에 목숨 수(壽) 자 새겨 넣고
99살 백수(白壽)까지 살고파라,
하늘아래 땅위에서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은 씨 종자도 없을 터!
10월은 '단풍'에 사슴인가 노루인가?
단풍의
계절, 시월은 일본에선 사냥철로써 단풍구경 가는 우리와는 반대로
사슴이나 노루를 사냥을 사냥하는 붉은 피, 붉은 단풍이 일본인에겐 더
어울렸던가 보다.
11월은 오동동 오동동 '똥'이로구나
똥!
'오동(梧桐)'이 속칭 '똥'이라고 부르죠.
'똥 광(光)'에 있는 닭대가리 같은 동물은 왕권을 상징하는 전설 속의
봉황이고요.
12월은 '비' '光'의 갓 쓴
사람이 우산을 받쳐들고 서 있구나
비광(雨光)의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바로 일본의 유명한 서예가 '오노도후'인데
오노도후가 젊었을 때 입산, 공부를 아무리 해도 발전이 없자 "에라, 집어 치워 버리자!"하고
모든 걸 팽개치고 하산할 적에
비가 엄청 내려 우산을 받고 한참 가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개울가 버드나무에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끄러지고 ... 미끄러지고... 또... 또 ... 계속
미끄러지다가....
드디어 죽을 힘을 다해 버드나무로
기어이 기어올라가는데 성공!
'아하! 천하의 미물도 죽을힘을 다해
기어이 나무에 기어오르는데
개구리만도 못하게 여기서 주저앉고 말다니, 참 부끄럽고 부끄럽도다!'
크게 깨달음이 있어 산으로 되돌아가
절차탁마,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다
하며
마지막 12월 그림에 오노도후
이야기를 그려 놓은 것도
인생의 교훈!
돈을 잃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겠지요.
설마?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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