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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 추정(秋情)
이순희(李順姬)
가슴 젖히고
무상을 부르짖고 있었다.
찌는 긴 여름동안
행여 다칠까
가시덤불로 감싸안아 고이 키운
알밤은 간데 없고
빈 껍데기 땅바닥에 뒹굴며
알밤을 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여기저기 풀어헤친 가슴, 가슴들
밤나무 아래 서있는 나는
언젠가 떨어져 밀 알이 되어도 슬퍼하지 않을 거라고
변명하고 있다
지금 이 곳에서
상실의 아픔을 배우는 것은
분명한 까닭이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쓰르람 스르르 풀벌레 위로노래 따라
제 몸 비워 허무를 보듬는 정취 따라
가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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