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건망증이 몹시 심한 선비께서
길을 가다가 뒷일이 급하게 되었는디
적당한 곳에 실례를 할 요량으로
자리를 잡고서는
그래도체면은 양반이라
갓을 벗어야 겠기에
일어서면 바로 머리에 닿을 자리에
갓을걸어놓고서는 잊지 않을려고
"내 머리위에 내 갓이 있다"는 것을
몇번인가 복창하면서
일을 마치고 뒤를 닦고서 일어서는디
왠갓이 선비의 머리에 닿는것이렸다.
"어허 어인일로 이 산중나무에
갓이 걸려 있을꼬?" 하면서
자기 머리를 만져보니갓이 없는게 아닌가
"아이쿠 마침 갓이 없는데 잘 되었구만,
세상에는 죽어란법만 있는게 아니라더니만
허참 별 희한한 일이로세"
즐거운 마음에 갓끈을매다가 그만
자기가 싼 변을 밟고 말았다.
"아니누가 이런 산중에다
뒤를 봤단 말인고"
"고얀사람이라고" "에이 고얀사람이라고"
계속 궁시렁거리면서
길을
가더랍니다.
가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