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세상사는 이야기_이전
어느 어머니의 일기
icon 소천재선
icon 2009-10-11 10:28:29  |  icon 조회: 976
첨부파일 : -






size=4>


size=4>
어느 어머니의 일기



이 글은 21세기 신판 '고려장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라는데 (따뜻한 시마을에서 보내준 글)


어쩌면, 언젠가는 똑같이 늙어져
'어머니의 길'을 똑같이 가야 할


우리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인지도 몰라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가을 콧등이 '찡'합니다.



미안하구나,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2009-10-11 10:28:2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