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사람처럼
‘자연 그대로’의 삶을 위해 제도화된 사회관습에서 벗어나
옷은 헐벗고 밥은 얻어먹고 잠은 아무데서나 자는
거지 방랑자이면서도 철저하게 반문화적인 자유를 누리며
알렉산더대왕보다 더 행복한 기인으로 유명한 디오게네스 일화逸話.
어느 날 마침 그리스를 정벌하고 돌아온 알렉산더 대왕이
양지에 느긋하게 드러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던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 가 점잖게 이르되 “나는 대왕 알렉산더다!”
그러자 조용히 답하길 “나는 거지 디오게네스다!”
대왕이 물었다. “너는 내가 두렵지 않는가?”
“그대는 선한 자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선한 자를 왜 두려워하겠는가?”
“소망이 있다면 내게 말하라 모두 들어 주겠다!”
“제발 지금 내 앞의 햇볕을 가리지 말아 주시오!”
오만방자한 디오게네스에게 분기탱천한 시종 무관들이
“대왕마마! 이 무례한 놈을 지금 당장…….”
“관둬라! 내가 만일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는 걸 원했을 것이다”
그러자 조롱 섞인 디오게네스의 말 “당장 내가 되지 그래?”
“나는 지금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몸이니라.”
“나처럼 되고 싶다더니 나처럼 된 자는 진짜 아무도 없군. 말로만?”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왕에게 빌붙어 아첨하며 안락하게 사는 철학자 아리스토포스가
콩꼬투리 밥으로 연명하는 디오게네스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왕에게 충성할 줄 알면, 그 따위 콩꼬투리나 먹고 살지는 않으련만. 쯧쯧~”
그러자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며
“쯧쯧~ 콩꼬투리를 먹고 살 줄 알면, 그 따위 아첨 떨지 않아도 되련만.”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어느 날, 어떤 벼락부자가 디오게네스의 명성을 듣고 집으로 초대하여
과연 벼락부자답게 온통 값비싼 대리석으로 번쩍번쩍 치장한 대저택에서
한창 집 자랑을 늘어놓는데 갑자기 디오게네스가 두리번거리더니
느닷없이 “퉤!” 하고 벼락부자의 얼굴에 침을 뱉어버리자
유명한 철학자의 미친 돌발행동에 황당한 부자에게 왈
“이렇게 훌륭한 집과 정원에서 내가 침을 뱉을 곳이란 거만과 탐욕으로 가득 찬
쓰레기통 같은 당신 얼굴 밖에 없네. 용서하시게.”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