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질 때까지
거지 철학자로 유명한 디오게네스가 어느 날 유명한 재벌들의 송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참석하자 경멸의 눈초리로 개에게 던져주듯
고기뼈다귀를 핵 던져주니 이를 맛있게 핥아먹은 후 점잖게 일어나
개처럼 한 발을 들고 잔칫상에 오줌을 갈겨 주고는 깔깔대었다는데
1519년(중종 14년) 기묘사화己卯士禍로 혁신개혁의 앨리트 조광조가
‘주초위왕走肖爲王’의 모함을 받아 38세의 아까운 나이로 사사되고
수많은 신진 사림파 선비들이 떼죽음을 당 할 때
이를 두둔하다가 동부승지에서 파직된 당시 34세의 김정국(金正國:1485~1541)은
낙향한 시골집에 조그만 정자를 짓고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 자처하니
고향친구 왈 “갓끈 떨어지고 벼슬도 없는데 8가지 넉넉함이 무엇이뇨?”
이에 젊디젊은 새파란 정객이 세상을 달관한 듯 웃으며 가로되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넉넉하게 잠을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하게 맡으며
여기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기니 ‘팔여거사八餘居士’가 곧 내 아닌가?”
“옳거니! 그러나 세상에는 자네와는 정 반대로
넘치는 가운데서도 팔부족八不足에 환장한 사람들을 보시게”
“진수성찬에 배불리 먹어도 부족하고, 비단 병풍을 치고도 잠이 부족하고,
좋은 술을 실컷 마시고도 부족하고, 좋은 그림을 실컷 보고도 부족하고,
예쁜 기생과 실컷 놀아도 부족하고, 희귀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고
여기 일곱 가지가 다 부족하다 시달리며 8부족不足 인생고해라 한탄한다네.”
병중에서 제일 무서운 암보다 더 무서운 큰 병은
염병도 아니요 땀 병도 아니요 곧 ‘족’함을 모른 병이나니
인생 최고의 행복 비결은 ‘족’함이 아닐는지요?
아하!
‘지족知足이면 불욕不辱’이라
吾唯知足(오유지족), 나는 오직 족(足)함을 알뿐이다.
그러나 ……. 배불러도 배고플 땐 어찌해야하나요?
배터질 때까지 배터지게 먹고 싸지 마!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