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세상사는 이야기_이전
< 홍 길 동 뎐 >
icon 소천재선
icon 2009-12-11 16:34:53  |  icon 조회: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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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길 동 뎐 >




길동(吉童)이 점점 자라 팔 세(八歲) 되매,
총명(聰明)이 과인(過人)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百)을 통하니,
공(公)이 더욱 애중(愛重)하나, 근본 천생(根本賤生)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呼父呼兄)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父兄)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婢僕) 등이
천대(賤待)함을 각골통한(刻骨痛恨)하여 심사(心思)를 정(定)하지 못하더니,

추구월(秋九月) 망간(望間)을 당하매, 명월(明月)은 조요(照耀)하고 청풍(淸風)은 소슬(蕭瑟)하여
사람의 심회(心懷)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書堂)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書案)을 밀치고 탄식(歎息)하여 가로되,




“대장부(大丈夫)가 세상(世上)에 나매, 공맹(孔孟)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兵法)을 외와
대장인(大將印)을 요하(腰下)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東征西伐)하여, 국가(國家)에 대공(大功)을 세우고
일홈을 만대(萬代)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快事)이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一身)이 적막(寂寞)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 호형을 못하니 심장(心腸)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痛恨)치 아니리요.”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나려 검술(劍術)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月色)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徘徊)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물어 가로되,



“네 무삼 흥(興)이 있어 야심(夜深)하도록 잠을 자지 아니 하는 다?”



길동이 공경(恭敬)하여 대답해 가로되,


“소인(小人)이 마침 월색(月色)을 사랑함 이어니 와, 대개 하날이 만물(萬物)을 내시매
오직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 하옴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까?”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책망(責望)하여 가로되,


"네 무삼 일인고?"


길동이 재배(再拜)하고, 여짜와 가로되,



"소인이 평생(平生) 설운 바는, 대감(大監) 정기(精氣)로 당당하온 남자(男子)가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이 깊삽거늘, 그 부친(父親)을 부친이라 못 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까?"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單杉)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聽罷)에 비록 측은(惻隱)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慰勞)하면 마음이 방자(放恣)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


"재상가(宰相家) 천비 소생(賤婢所生)이 비단(非但) 너뿐이 아니어든,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으뇨?
차후(此後)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眼前)에 용납(容納)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一言)을 고(告)하지 못하고, 다만 복지유체(伏地流涕)뿐이라. 공이
명(命)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寢所)로 돌아와 설워함을 마지아니하더라.



출처 : 장성 홍길동 생가에 있는 허균의 홍길동뎐 발췌

....................... 하략 略 ......................





2009-12-11 16: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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