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꿈 이룬 이발사의 꿈
죽었으면 죽었지 ‘총각의사’가 아니면 절대로 시집 안가고
혼자 살겠다며 하늘을 두고 맹세한 콧대 높은 노처녀가
입에 딱 들어맞는 ‘신랑후보’가 있다는 중매쟁이를 따라
맞선 상견례 차 ‘종합병원’ 빌딩 지하다방으로 들어갔더니
꿈에도 그리던 ‘하얀 가운’에 키는 훤칠하고귀티 나게 하얀얼굴과
유난히 기름이 잘잘 흐르는 머리 등 아주 멋진 귀공자 타입의
‘총각의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내가 바라던 바로 그 남자야!’
“미안합니다. 일하다가 가운 입은 채로 그냥 나왔습니다.”
‘어-머! 겸연쩍은 웃음에 깔끔한 예의까지........’
그리하여 천생연분이 된 두 사람
달콤한 신혼생활에 푹 빠져 룰루라라~~
의사 정복인 양 ‘하얀 가운’을 입고 출퇴근하며 룰루라라~~
‘역시 신랑은 의사신랑이 최고지!’
그런데 세상에 알고 보니 신랑이 의사가 아니라
종합병원 빌딩 구내 이발관, ‘하얀 가운의 이발사’일 줄이야!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벌써 임신 3개월에 이르러
용모 단정한 ‘하얀 가운’의 총각에 눈이 멀어
의사로 착각한 죄를 누굴 탓 하랴!
그래서일까?
사기 결혼 당했다고 펄펄 뛰어야 할 신부가 오히려 싱글벙글
친정어머니 기가 막혀 “네가 미쳤냐? 뭐가 좋다고 웃어?”
“그 사람 그렇게 멋지고 좋은 것이 있는 줄 아무도 몰라요!”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그로부터 정확히 22년 후!
국립의과대학 졸업식장에서 금슬 좋은 중년부부가
수석졸업생 아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일생일대 이발사의 꿈이
성취되는 감격적인 순간을 “찰~칵!”하며 이발사 아버지 왈
“아들아! 이발소 간판이 ‘정맥, 동맥, 붕대’를 상징하는
파란색, 빨간 색, 흰색의 나선형 기둥인 것은 원래 이발소에서
외과병원을 겸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 애비의 ‘하얀 가운’이
곧 오늘 날 ‘의사 가운’ 의 원조임을 넌 몰랐지?”
“그렇다면 아버지도 옛날엔 의사였네요?”
“그래서 엄마가 가운 입은 ‘의사 신랑’에 반했지!”
“그래 아빠 말이 맞다” 엄마의 맞장구에 행복한 웃음소리.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