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항 봄나들이
입춘 동풍에 찬바람 걷히고
우수 한참 지나 대동강 물도 풀려
경칩이 코앞이라 온 산천에 봄기운이 가득하련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천붕지통의 아이티나 칠레 지진 등
세월이 하 수상하여 때 아닌 봄에 눈꽃이련가만.
2월의 마지막 날, 느닷없는 봄바람에
늘 항상 언제나 행복한 한동네 이웃 친구
김순명과 최영순, 오인수와 이영순, 김재선과 김영자 등
부부 쌍쌍 봄나들이 행선지는 국립공원 격포항의 층암절벽인 채석강!
격포항 갈매기가 춤추는 바닷가에서
싱싱한 활어회에 한 잔의 소주를 즐길 때
쌩쌩 부는 찬 바닷바람이 시린 가슴을 파고들고
늦추위 펄럭이는 포장마차에서
늙은 부부 한 쌍 온 종일 ‘국화빵’을 굽는데
문득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가 생각나 즉석 즉흥시
‘국화빵 앞에서’를 읊으니 눈시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봉지 국화빵을 팔기 위하여
날마다 아버지는
저렇게 떨었나 보다.
한 봉지의 국화빵을 팔기 위하여
엄마도 포장마차 속에서
또 저렇게 떨었나 보다.
눈보라 찬바람에 얼굴 시리던
춥고 긴 인생의 뒷골목에서
이제는 돌아와 가족 앞에 선
내 운명같이 질긴 삶이여.
달콤한 네 꽃잎이 익으려고
빵틀엔 맛난 향이 저리 풍기고
지나는 행인 발길 멈췄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