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법고시 합격 사건
옛날, 1980년 대 초 어느 날
00면 관내 00마을 입구에 마을주민일동 명의로
“축 사법고시 합격!”이란 커다란 플래카드가 내걸렸으니
바로 이 마을 000씨의 장남 000군의 쾌거로서
가문의 영광이자 마을의 자랑이요 나아가 면面의 경사요
더 나아가 군郡의 명예일진데 어찌 그냥 지나칠 일이던가!
면장의 동향보고와 지서장의 첩보를 받고 크게 기뻐한
군수서장님께서 ‘빛나는 합격당사자’를 초청하여
진수성찬과 금일봉의 축의금까지 전달한 훈훈한 미담사례가
한동안 작은 시골 고을의 화제꺼리였다.
언필칭 ‘합격 = 권력 = 출세’라는 등식의
‘사법고시’에 합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고
더구나 고시환경이 열악한 시골 농사꾼의 아들로서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인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하였으니
“개천에서 용 났지!” 그런데........
얼마 후 ‘가짜 사법고시 합격’인 것이 탄로 났으니 이를 어쩌나?!
인터넷 세상인 요즘은 ‘법무부 홈페이지’ 등에서 한 번의 클릭만으로도
1차, 2차, 3차로 시행하는 최종합격자 명단을 금방 확인할 수 있지만
당시만하더라도 신문 공고와 개별적인 합격증서 뿐으로 굳이
“합격 플래카드”의 진위를 누가 따져 볼 것인가 마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면 당연한 절차인 본적지 신원조회 의뢰가 없음을
수상히 여긴 한 경찰관의 합격자 조회결과에 의하여
백일하에 가짜임이 밝혀졌으나 사건을 조사 한 바
악의가 없는 정상을 참작, 미필적 고의에 의한 단순 해프닝(happening)으로 끝낸 내용인즉,
당사자인 000의 장남 00군은 초등시절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수재로서
아버지의 평생소원인 판검사의 꿈을 위하여 비록 삼류대학일망정
서울로 유학하여 절치부심, 수년에 걸쳐 사법고시에 도전하였으나
거듭된 낙방으로 서마지기 논을 팔아 학비를 마련해 준 늙은 아버지께
불효막심함과 그동안 ‘합격’ 소식만 오매불망 기다리다 ‘말기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 생전의 한恨을 풀어드리고자 연출한 ‘가짜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선의의
거짓말에 속아 이장님이 걸어준 플래카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시고
군수서장님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축의금으로 주신 금일봉을
손에 쥐고 행복에 겨운 눈으로 스르르 운명하신 아버지께
‘가짜 사법고시 합격증서’를 바친 불초한 이 자식을 용서하십시오!
낭만이 넘치는 전설같은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