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짜리 주례
나는 생계형 주례선생이 아니올시다.
주례비가 ‘얼마냐고 물었을 때’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각설하고 어느 가을날, 팔순의 어떤 시골 촌로 한 분이 찾아와
면장님은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는 면장님을 잘 안다면서
총각 귀신이 될 줄 알았던 쉰 살 먹은 외아들과 처녀 귀신이 될 뻔한
노처녀와의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려 찾아 왔다면서 대뜸 하시는 말씀인즉
“주례비는 얼마요?” 그래서 “백만 원!” 그랬더니
“예? 십만 원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비싸답니까?”
“아, 싼 게 비지떡이요 비싸면 비싼 값을 하지요. 하하하!”
백만 원 소리에 깜짝 놀라는 촌로에게 귓속말로 살짝
“영감님! 대신 축의금으로 백만 원을 주는 조건이라면 어떻소?
주례비는 그냥 공짜가 아니겠소?” 그러자 눈을 껌뻑껌뻑하시더니
신사임당 오만 원 권 20장 현금 ‘백만 원’을 척 내놓으면서
“좋소! 그렇게 합시다. 역시 우리 면장님이 최고요!”
며칠 후, 웃음바다를 이룬 멋진 늦깎이 결혼식이 끝나고
<축祝! 화혼華婚!>
주례선생의 축의금 ‘일금 백만 원’ 봉투를 받아 든 늙은 촌로가
슬그머니 작은 흰 봉투 하나를 주례선생의 손에 쥐어주며
“면장님! 요것은 주례비가 아니고 그냥 팁이니까 그냥 받아두세요!”
십만 원이 든 열 분의 세종대왕님께서 “껄껄껄” 웃으신다.
“영감님! 요것은 축의금이 아니고 그냥 돈이니까 그냥 쓰세요!”
영감님도 나도 세종대왕처럼 아주 흐뭇하게 웃었다. “껄껄껄!”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