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조차 버거울 그 날까지
-1974년 2월2일 결혼. 2012년 2월2일 결혼 38주년에 즈음하여-
이제 와 돌아보니 참 많이도 살았다.
그동안 한 번도 죽지 않고
환갑고개 넘고 진갑 지나 칠십고래희로 흘러가는구나.
이제 앞을 보니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앞으로 뭘 하며 살겠느냐 물으면
나 이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리.
단잠에서 깨어난 이른 새벽
행여 늙은 아내가 깰 새라
살금살금 텃밭 달린 마당에 나가
새벽별 쳐다보며 상큼한 심호흡
청아한 이슬 툭툭 털며 논두렁 밭두렁
농로길 따라 복구福狗 함께 걷는 행복 누려
텃밭의 풋풋한 채소반찬에
낚시로 잡은 붕어찜에 유정란 한 개
사랑 듬뿍 찬 아침밥상 소식小食이 제일이여!
온 누리에 햇살 퍼질 때쯤
아내는 삼삼오오 짝 지어 여호와 하느님 봉사활동
나는 문화예술회관에서 갑남을녀와 나눔 정情.
서산마루에 해질 녘이면 황룡강 구비치는
공설운동장 열 바퀴를 손에 손 꼭 잡고
아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재미가 쏠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그냥 통하는 눈 맞춤
저녁별 뜨면 황토사랑방에 피는 냉갈연기
뜨끈뜨끈 끓는 정겨운 이웃 사랑
동네 아낙네 찜질 천국에 떡국 맛이 일품일세.
이제 채움보다는 버림이 좋겠다.
밥도 적게, 말도 적게, 욕심도 적게
바람조차 버거울 그 날까지 웃으며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