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현 사 소묘
- 자미당 신해자 -
하늘 맞닿은 묘현사
산 고개 돌고 돌아
산마루에 숨차게 올랐다
경내에 가신 임 지키는 동백
하얀 면사포를 쓴 채 눈꽃으로 피어
당신을 기쁘게 하렴만
이 밤을 어찌 하리까
하얀 달빛에 당신을 못 잊어
밤마다 동박새 되어 눈물로
한 몸으로 살고 있다
스님 정 한수 떠놓고
당신의 고운사랑 잊지 못 하오
정말 올 곧게 당신만 바라보다
당신 곁에 함께 할 것 입니다
버거운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 놓을 것 입니다.
대나무는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긴 기다림에 속살 다비우고
구름같이 바람같이 살라한다
짊어진 업장을 부리고
미끄러지듯 내려섰다
스님은 시인 속내를 알았을까
강가에 갈대는 바람 옷을 입고
하얀 수건을 휘 휘 감고 살풀이한다.
숨어서 우는 바람의 사연을
강물도 방울방울 띄어 보낸다.
장성호 소묘
푸른 물 호수의 잔잔한 사람들
옛 선인들처럼
오리마을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약 오리에 소주 한잔
스산한 겨울 언저리를 녹여준다
환한 얼굴로 마주하니
새 마음으로 흑룡트림의
눈빛이 예사롭다.
농익은 시를 짓기 위해
강바람에 기댄 강 태공
수많은 시공 속 손끝 오묘함에
갈색 옷 입은 상념
갈대 춤사위에 취한
영혼을 강물에 띄어 보내니
노 젓는 청둥오리 한 쌍이
인생은 공수란다 며
창공을 차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