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판에 새겨진 아름다운 이야기
눈보라가 몰아치던 늧은 밤에 미국 필라델피아의 어느 산간마을에서
거센 눈발을 헤치며 밤길을 걷던 백발의 노부부가 가든 길을 멈추고
굴뚝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작은 모텔을 찾아 들어가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청년 종업원에게
“예약은 안 했지만 혹시 빈 방이 있느냐?”고 묻자
자기 호텔에는 빈 방이 없다며 전화로 이곳저곳 인근 다른 호텔에
빈방이 있는지를 알아본 청년 왈
“유감스럽게 근처 어느 호텔에도 빈 방이 없다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누추하지만 이곳 제 방에서 하룻밤 주무시지요!”
노부부는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청년의 친절한 호의에 감동하여
꾀죄죄한 청년종업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노신사가 청년종업원에게 가라사대
“그대는 미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사장이 돼야 할 사람 같군.”
칭찬의 덕담을 남기고 떠난 지 2년 후 어느 날.
청년종업원은 뉴욕 행 왕복비행기표와 함께
그 날 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다며
노신사가 뉴욕에서 보낸 초청편지에 의하여 뉴욕에서
반갑게 만난 노신사가 대리석으로 신축한 궁전 같은 호텔을 가리키며
“이 호텔은 자네를 위하여 자네가 운영하도록 내가 지은 것이니
오늘부터 자네가 이 호텔의 운영을 맡아주시게!”
그리하여 ‘호박이 넝쿨 채 떨어지듯’ 무명의 시골 모텔종업원에서
일약 유명호텔의 초대사장이 된 청년종업원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친절!
그 호텔이 바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통령들이 뉴욕에 오면
꼭 묵어가는 그 유명한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로써
주인이 바로 노신사인 ‘윌리엄 월돌프 아스토리아’이며
청년종업원은 바로 호텔 주인의 딸과 결혼하여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초대 사장이 된 ‘조지 볼트’로써
호텔 로비에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동판에 새겨져있답니다.
이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삶의 기본은
‘언제 어디서 누가 누구를 어떻게 무엇 때문에 만나든지’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도록 겸손한 자세로 따뜻한 친절을 보일 때
사람을 사로잡는 그 어떤 화술이나 학식을 뛰어넘는 순수함이 아니랴!
그 후 호텔은 그 청년의 뛰어 난 경영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호텔 중의 하나로 우뚝 섰으나
정작 ‘조지 볼트’ 본인은 틀림없이 필자보다 훨씬 덜 행복했으리라.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의 중년에 사랑하는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흐르는 케나다 세인트로렌스 강 천섬(1000개의 섬)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하트 섬이라면 아내의 병도 나을 거라는 일념으로
6층 건물에 120개의 방을 갖춘 중세 식 성을 짓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어느 날
안타깝게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아내가 그만 운명하자
천붕지통의 슬픔에 그는 공사를 중단하고 이 섬을 떠났고 다시는
이 섬에 오지 않았다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더 유명한 ‘조지 볼트 성’에
무심한 유람선 관광객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구나.
사진 : 미국과 케나다 국경에 있는 세인트로렌스 강의 천섬 중 볼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