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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별들 -죽음의 그림자-
icon 성원 김복열
icon 2013-04-29 12:04:54  |  icon 조회: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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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들


-죽음의 그림자-



산은 졸음이 몰려와서 몸을 가름하기가 힘들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삶과 죽음의 경지가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단지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태연 한 척하였다.




승산이는 어머니와 동생을 면회하고 뭔지 모르게 힘이 빠지고 피로가 몰려 도청대기실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 허우적거리듯 헤치고 주변을 살피니 검은 기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기차가 멈추고 꽤 많은 사람이 타고내리는 역이었다.


승산이도 줄을 서서 형들과 함께 질서를 지키면서 기차에 탑승하였다.


텅 비어있는 기차에 이번의 역에서 탑승한 사람들로 자리를 가득 채우고도 일부는 입석으로 서있는 처지였다.


역무원이나 승무원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한 새들이 선반에서 승객을 감시하고 있었다.


박쥐같이 생긴 새들이 군데군데 선반에 앉아 붉은 눈동자와 갈고리모양의 구부러진 부리를 좌시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려다보면서 동태를 살피니 차내에는 삽시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두려움과 공포의 분위기였다.


그때 앉아 있던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들고 기지개를 켜니 검은 새가 날아와 부리로 머리를 쪼아 피가 흐르고 소스라치니 도저히 힘으로 대항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로 승객들이 조심하며 말없이 그저 눈치만 보며 조용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기차는 다음 역에서 멈추었다.


양쪽 문 입구에 새들이 대기하여 하차하는 사람을 쪼아대니 문 쪽으로 접근하지는 못하고 차안으로 도망가는 처지이니 열차자체가 승차는 하지만 승객이 내리는 하차는 불허하는 이상한 열차였다.


몇 개의 역을 지났어도 타는 사람뿐 내리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일반 열차 같으면 다음 칸 앞 칸이나 뒤 칸으로 이동도하고 화장실도 가야하는데 이 열차는 멍텅구리 열차로 한자리에 앉으면 일어서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서 바지에다 볼일을 봐야하는 처지였다.


말을 해야 통하지도 않고 말을 하면 새들이 부리로 머리며 눈을 쪼아 피가 흐르고 눈알이 빠지어 바닥에 구르니 죽었다고 체념한들 싶다.


얼마를 달렸을까 기차가 몹시 흔들거리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그때 기내에 검은 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마도 밖의 어떤 변화에 준비하는 눈치였다.


승객들의 일부는 탈출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하면서 승산 이는 기회를 기다리면서 꾹 참았다.


그때 천정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리는 것을 보았다.


그 구멍으로 새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색깔은 붉고 머리가 세 개가 분명하였다.


몸통이 사람 허리처럼 수직으로 직립이며 다리는 없고 바로 허리에서 닭발처럼 커다란 발이하나로 거대한 몸통을 지지하고 있었다.


“삼두일족조”라 부르는 게 타당하였다.


온몸은 갑옷을 입은 듯 깃털이 아닌 쇠비닐로 무장한 병사와 같고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의 흑점처럼 붉었다.


부리는 매부리처럼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날카로움이 상대방을 일시에 제압할 수 있는 위엄을 갖춘 듯이 보였으며 생김새가 전투병 모양의 싸움용 새라 표현함이 안성맞춤이라 해야 할까?승산이쪽 열차 칸의 검은 새들과 싸움이 벌어졌다.


검은 새 수십 마리는 삼두일족조 한 마리를 포위하여 공격을 펼치었다.


그래도 이상하게도 공격한 검은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덤비다가 뒤쪽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공격하는 새들은 자신이 삼두일족조의 몸에 닿기만 하여도 날카로운 비닐 칼에 베어지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그때 그쪽 칸에서는 승객이 융성되었다.


지금 탈출해야 한다고 옆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동시에 행동하자고 권하였다.


“자 이리로 오시오, 문을 열고 내려갑시다!”


그러나 웬일인지 문이 굳게 닫혀있어 사람들이 몸으로 밀고 발로 힘껏 차 봐도 소용없이 문은 열리지 않아서 우왕좌왕 아수라장으로 모두들 실망하였다.


소수 사람이 내리었고, 제일 뒤쪽의 승산 이는 검은 새 부리에 옷이 걸리어 검은 새 부리를 잡고 혈투를 벌리고 있을 때 삼두일족조가 가까이 날아와 날개로 검은 새를 후딱 거리니 한쪽으로 떨어져 신음하였다.


승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니 일부사람이 빠져나갔고 열차 문이 굳게 닫히어 열리지 않았다.


도망칠 틈을 찾았으나 방도가 보이지 않아 검은 새들과 삼두일족조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의 싸움에 필사적이었다.


싸움으로는 일대 백이라 삼두일족조의 새는 중앙으로 나오지 않고 구석에서 진을 치고 수십의 상대로 싸우는데 실력으로는 월등하였으나 인해전술로 숫자의 무리공격에 맞서서 잘 싸우고 있었다.


싸움 중에서도 승산 이와 눈을 마주쳤다.


삼두일족조의 새가 승산을 향하여 날아왔다.


날개로 승산을 감싸더니 유리창으로 던지었다.


승산은 “와장창” 굉음을 내며 유리창이 깨어지는 감을 느끼었다.


기차는 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리어가고 승산은 어느 저수지에 첨벙 빠지어서 허우적거리며 수영을 시작하였다.


승산의 어렸을 적의 돌아가신 할머니 저수지 둑에서 지켜보고서 웃고 있었다.


“할머니!” 불러도 대답도 없이 저수지 위쪽 산 능선으로 사라졌다.


할머니는 승산이 어렸을 때 몸이 불편하셨으나 승산과 광산을 유득히 예뻐하셨다.


승산과 광산은 여느 때처럼 신문배달하고서 귀가하면서 동태 두 마리를 사왔다.


그때 두 손자의 손을 잡고 울면서 죽어서도 우리 새끼들 돌봐주겠노라고 약속하였던 일을 기억하였다.


검은 기차도 멀리사라지고 손과 발을 뻗어 허우적거리다 땀을 뻘뻘 흘리다 말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새벽 세시 무렵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네! 승산은 고개를 기우뚱거리었다.


근무교대시간 이었나 보다.


승문이 형과 총을 메고 실탄을 확인하고 외각근무 전일빌딩 앞 초소로 근무교대를 하였다.


“오늘밤은 계엄군이 온다고 하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전방을 주시하면서 적의동태를 식별하여 조치하라”고 하는 소대장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모래마대로 쌓아올린 초소에 칼빈 총을 거치시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주변이 깜깜한 밤이었다.


하늘에 희미하게나마 별이 몇 개보이었다.


‘정말로 오늘밤에 계엄군이 올런가? 와봐라 이 총으로 갈겨줄 테다.’


승산 이는 잠이 덜 깨서일까 연거푸 하품을 하면서 승문이 형이 궁금하였다.


“형 좀 어때요, 잠 한숨 잤어요? 저는 한숨 했는데요.


“오늘 저녁 조심해야한다. 이상하면 움직이는 물체나, 소리 나는 물체 무조건 발사해야 한다.”


“예, 형님 알았습니다, 오기만 하면 싹 쓸어버리겠습니다.”


“암 자신 만만하구 말고 좋아”


“그런대 말이야, 너 왜 거짓말 하였지?”


“대장에게, 대학생이라고 말이야?”


“형님 알면서요, 저는 오늘 저녁 형님들하고 함께 할례고요”


“저는 형님 학교에 들어갈 실력은 안 되지만 이럴 때만은 형들하고 같이하면 신나는 일 아닌가요?”


“형님 저 대학생 맞지요, 형님이 인정해 주면 대학생이지 이 판국에 고등학생 대학생 찾아서 무얼 해요?”


“승산이 자넨 보통사람이 아니네, 큰 사람이야,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은 아니지.”


“저는 사실 형님 학교에 들어갈 실력이 못 되어서요, 형님이 부럽지요.”


“승산아 실력이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그렇지, 서울대 미국 하버드 영국 옥스퍼드 기타 유명대학을 다니면 무엇 하나, 자신의 인생관이 확립되지 않으면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삶은 살지 안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네.”


“자 하늘을 보게 별이 몇 개가 우리를 지켜보네, 내 승산에게 별 하나 선물 함세 저 빛나는 작은 별 말일세 어떤가?”


“형님 선물이면 쾌히 받겠습니다.”


“그래 고마워요 형님.”


‘저도 형님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제별 옆에 빛나는 작은 별 좋지요, 형님에게도 선물 작은 별.”


“아니야, 더 희망적인 후배가 받아야 할 선물이라서, 사양하네.”


“작은 별은 생명력이 영원하니 승산 아우가 받게나.”


승산과 승문은 근무지 초소에서 하늘의 별로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 선물들은 일반 상품이 아닌 가슴속에 안겨 주는 하늘의 별 모든 이들이 우러러 보는 작은 별이었다.




“야 조용 주위가 이상하다 쉬 조용!”


앞에 어떤 그림자가 지나가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주위가 스산하니 무서운 감이 엄습해왔다.


‘소리가 나면 방아쇠를 당겨야한다.’


초소에 정적의 시각이 흐르고 있었다.



2013-04-29 12: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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