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그 속에 담긴 것
한국문인협회장성군지부장 들뫼박 형동
엊그제 새해가 온다고 경건한 송구영신의 시간을 가졌는데 금새 한 달이 지났다. 이젠 설이 다가온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시간 앞에서 자신과 인생,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깊이 돌아보게 된다.
이런 때 갑자기 아리랑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이다. 남아 있는 아리랑의 가사는 아주 짧고 간단하다. 가사만 따진다면 너무 단순하고 막연해서 도무지 아무런 감흥을 빚어낼 것 같지 않은 노랫말이다. 그럼에도 아리랑은 부르는 사람이나 부르지 않는 사람이나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깊이 울려나고 있다.
내가 아리랑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모스크바에서였다. 1996년 1월 모스크바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몇몇 교포들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안내를 맡은 교포 여인이 부른 아리랑이었다. 고운 목소리에 애환이 담긴 그 아리랑은 1절로 끝나지 않았다. 2절 3절... 다 기억할 순 없지만 끝이 없는 것처럼 이어졌다(아마 ‘치르치크 아리랑’이었던가 싶다) 먼 이국땅에서 나는 아리랑의 그 절절한 가사를 접하고부터 아리랑에 빠져 들어갔다.
아리랑은 전국적으로 부르는 ‘본조 아리랑’이 있고 각 지방마다 고유한 특색에 맞춰 부르는 아리랑이 있지만, 우리는 아리랑이라는 말의 뜻과 기원을 모르고 있다. 아무리 검색을 해보고 사전을 찾아봐도 시원한 답이 없었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아리랑은 '나는 사랑하는 님을 떠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我離娘說),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때 고생하던 민중들이 ‘차라리 귀가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한 말에서 나왔다는 설(我耳聾說), 밀양 영남루의 아랑낭자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한 노래에서 나왔다는 설(阿娘傳說), 신라의 박혁거세의 아내 알영부인을 찬미한 말에서 변했다는 설(閼英說) 등이 있다. 이밖에도 여러 발생설이 있으나 답답하게도 어느 것도 확실한 근거가 없으니 그저 구음(口音)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 유래했다고 봄이 바람직하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사촌 쯤 되는 시베리아의 원주민 나나이족은 ‘아리랑’은 ‘어서 오세요.’ ‘스리랑’은 ‘안녕히 가세요’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는 그 뜻이 우리 민요 아리랑에 기가 막히게 적합하다는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에도 우리말의 뿌리와 그 뜻의 한 줄기는 저 멀리 시베리아에 살아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민요의 뜻도 설명할 수 없는 나라, 언제부터 불렀는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나라, 전통과 언어의 뿌리를 해외동포에게서 찾아야 하는 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현 주소란 말인가? 정체성과 얼을 잃어버린 한민족은 생물학적 DNA는 한민족이지만 정신적 DNA는 서양인이 아닌가? 본질은 사라지고 현상만 남은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경제대국, 선진국, 복지국 모두 본질을 잃은 현상으로 거품일 뿐이다.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향유할 수 없다. 우리는 문화적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우리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결코 우리의 뿌리를 잘라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그렇게 쓰레기처럼 쓸어내 버려야 할 폐기물이 아니다. 보이는 것,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것, 가격으로 표시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것이요 우선적인 가치이다. 조금 낡은 것 같고, 뒤진 것 같고, 고리타분하고, 불편해도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다. 영국을 보라. 그들은 힘들고 불합리한 것일지라도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과 제도를 소중하게 이어받음으로써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뿌리가 깊고 자부심이 강한 문화대국으로 우뚝 서 있지 않는가? 우리도 그들처럼 우리의 전통과 얼을 잘 닦아 빛내어 세계로 가지고 가야 한다. 그것이 곧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당당하게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며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이다.
(호남신문 2008년 1월 22일)
기원
〈아리랑〉의 기원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체로 여음인 '아리랑'의 어원에서 그 바탕을 찾고 있다. 〈아리랑〉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1930년대를 전후한 시기이다. 이런 이유로 어원설은 대체로 〈아리랑〉의 최초의 형태가 1930년대에 정착된 〈아리랑〉과 유사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아리랑'이라는 말을 실사(實詞)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① 아리랑(我離娘):'나는 사랑하는 님을 떠난다'는 뜻을 갖고 있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 ② 아이농설(我耳聾說):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때 고생하던 민중들이 반가운 말은 못듣고 괴로운 말만 듣게 되니 "차라리 귀가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한 말에서 나왔다는 설, ③ 아랑전설(阿娘傳說):밀양 영남루의 아랑낭자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한 노래에서 나왔다는 설, ④ 알영설(閼英說):신라의 박혁거세의 아내 알영부인을 찬미한 말에서 변했다는 설 등이 있다. 이밖에도 여러 발생설이 있으나 어느 것도 확실한 근거가 없으니 그저 구음(口音)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 유래했다고 봄이 바람직하다.
역사적 상징
아리랑은 다른 민요와 마찬가지로 본래 노동요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때의 주로 두레노래로 불렸으며, 따라서 구술과 암기에 의한 전승 또는 자연적 습득이라는 민속성 이외에 지역동동체 집단의 소산이라는 민속성을 가지게 되었고, 그 집단성은 시대성과 사회성을 내포하게 되었다. 비록 그 노랫말이 개인적인 넋두리의 비중이 컸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근세의 민족사가 반영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농부든 어부든 광부든 각기 그들 생활 속의 애환을 아리랑에 담았다는 점에서 직업공동체·사회공동체의 이른바 문화적 독자성이 강한 노래가 되었고,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민족적 동질성을 지탱하는 가락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대원군에 의한 경복궁 중건 때의 민중의 고통이나 관리의 가렴주구가 아리랑에 얽혀 전해지는가 하면, 일제 강점기하의 민족적 수난에 대한 저항의식이 나운규 제작의 영화〈아리랑〉을 탄생케 했음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영화〈아리랑〉의 등장은 아리랑이 지니는 역사적 상징이 민간전승으로부터 다른 차원의 문화영역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예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리랑은 단순히 단일한 장르의 민요로 파악할 수 없는 다양성과 초역사성을 지닌 음악사·문학사·예술사의 거봉으로서, 우리 민족의 원초적 정서와 맥을 같이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아리랑의 파급
한국의 3대 전통민요 아리랑은 〈정선아리랑〉·〈진도아리랑〉·〈밀양아리랑〉을 말한다. 〈정선아리랑〉은 태백산맥 동서를 따라 설정된 메나리토리권의 민요로 민요적 전통성과 지역성이 강하다. 〈진도아리랑〉은 호남지역의 육자배기토리권에 속하지만 다른 육자배기토리 민요와 약간 차이가 있다. 전라남도 진도와 호남지역, 충청남도 일대, 경상남도 서부지역, 제주도 등에 분포되어 있다. 〈밀양아리랑〉은 영남지역에서 전하지만 영남지역의 정자토리 민요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편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 〈신아리랑〉을 계기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통속민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아리랑〉은 대중가요·영화·무용·문학 등의 전 예술분야에 파급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대중가요로는 1931년 〈낙랑아리랑〉을 비롯하여 많은 곡이 만들어졌고 신민요에는 〈경기아리랑〉이 효시가 되어 많은 곡들이 불렸다. 3대 전통 아리랑을 제외한 여러 아리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춘천아리랑〉(한말에 춘천에서 의병투쟁을 벌일 때 부른 노래)·〈본조아리랑〉(대원군과 민비의 권력 싸움을 민중들이 성토한 노래)·〈광복군아리랑〉(만주 광복군의 독립의지를 담고 있는 노래)·〈치르치크 아리랑〉(조국을 빼앗기고 소련으로 떠난 알마아타시의 한인들이 부른 노래) 등이 있다. 대중가요 아리랑으로 〈아리랑 삼천리〉·〈영암아리랑〉 등이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금은 아리랑이 민족화합의 노래로서 널리 불리고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①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②수수밭 도조는 내 물어 줄께 구시월까지만 참아 다오
③가자가자 어서 가자 백두산 덜미에 해 저물어 간다
④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백두산고개로 넘어 간다
⑤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수심도 많다
⑥성황당 까마귀 까깍 짖고 정든 임 병세는 날로 깊다
* 아리랑 스리랑
박형동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험한 고개 넘어 어서 오세요.
사랑도 접고 미움도 접고
고개 고개를 넘어 어서 오세요.
땀방울은 고여 연못을 이루고
눈물은 흘러 시내를 이루어도
한 조각 웃음으로 마주보며 오세요.
아리랑 아리랑 아리 아리랑
험한 고개 넘어 아리 아리랑
오천년 서린 한 우리네 서린 한
고개 고개를 넘어 아리 아리랑
잘 가세요 잘 가세요.
높은 파도 넘어 잘 가세요.
사랑도 접고 미움도 접고
강 건너 바다 건너 잘 가세요.
땀방울은 고여 강을 이루고
눈물은 흘려 바다를 이루어도
한 조각 미소를 띠고 가세요.
스리랑 스리랑 스리 스리랑
높은 파도 넘어 스리 스리랑
가슴에 서린 한 역사에 서린 한
출렁대는 파도 위에 스리 스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