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산책하듯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 경리(1926~2008)선생의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마지막 말이었답니다.
똑같이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여류작가인 박 완서(1931~2011)선생도
인생말년에 이런 글을 남겼답니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난 살아오면서 볼 꼴, 못 볼꼴 충분히 봤다.
한 번 본 거 두 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어떤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 라고.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 했던가.
박 경리 선생은 조용한 원주 산골에서
박 완서 선생은 고즈넉한 구리 시골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표표히 흩날리는 낙엽처럼
황혼마저 잠든 달밤에 산책하듯
흙바람 자연 속 초연한 적멸위락寂滅爲樂을 노래하셨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한 세상
쉬엄쉬엄 걸어도 아등바등 달려도 여명黎明에 스러지는 달인 것을…….
별빛· 달빛· 풀벌레· 부엉이· 소쩍새· 스치는 바람조차 고마우이.
오늘은 하지,
텃밭 언저리에 뉘 보는 이 없어도
설한풍 찬바람 속에 꽃을 활짝 피어냈던 매화가 탱글탱글
이미 국정노인 반열에 오른 필자가
갓 환갑지난 젊은(?)아내와 매화타령에 맞춰
매화 장아찌 · 매화주 담그나니 그저 마냥 행복하네.
여기에 하나 더!
오늘 밤에는 황룡강에서 빠가사리, 낼 새벽 붕어낚시 조행釣行이라.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좋고 “좋고 좋다!”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