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잡아먹고 씨암탉 타고 가세
조선 초기 예문관과 홍문관의 대제학을 무려 23년간을 겸임한 대학자
서거정{徐居正, 세종 2년(1420)~성종 19년(1488)}이
당시 시중에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 271편을 엮은 소화집笑話集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은
세상 근심과 무료함을 없애려고 한가한 때에 읽는 한낱 우스갯소리에 불과하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풍자와 해학諧謔 속에 녹아든 번뜩이는 삶의 지혜가
필자가 집필 중인 ‘소천의 세상사는 이야기’와 어찌 그리도 일맥상통한지
역사 속의 서거정님께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청하노니 왈,
옛날 어떤 선비가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친구 집을 찾아갔더니
“가난하고 저자는 멀어 변변치 못한 안주가 부끄럽네.” 하면서
술상에 안주라고는 쓴 나물뿐인데 때 마침 뜰에서는
씨암탉들이 꼬꼬댁 거리며 모이를 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비 왈
“여보게 친구! 대장부는 천금도 쓸 데는 써야 하는 것,
내 타고 온 말을 안줏감으로 잡아 먹세!” “말을 잡아먹으면 뭘 타고 돌아가려고?”
“별 수 있나? 저 씨암탉을 빌려 타고 갈수밖에.” “엥~?!”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