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한테 잘 해!
-일반천금(一飯千金)의 교훈-
회음사람인 한신韓信이 처지가 곤궁한 시절에 근근이 밥 한 끼 얻어먹고 다니며
특히, 정장(亭長: 마을 촌장)의 집에서 여러 달씩 신세를 졌는데
이를 귀찮게 여긴 정장의 아내는 한신 몰래 이불 속에서 밥을 먹어 치워버리자
이에 화가 난 한신은 더 이상 발걸음을 끊고 강가에서 낚시질을 하며 지내던 중
마침 강가에서 빨래하던 한 노파가 굶주린 한신에게 며칠동안 밥을 갖다 주니
이에 크게 감동한 한신 가로되
“제가 언젠가는 꼭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그러자 노파 왈
“멀쩡한 사람이 제 한 입 풀칠도 못하는 꼴이 하도 불쌍해서 몇 끼 줘본 거야.
뭐 은혜에 보답한다고? 그 따위 소리 하지도 마!” 그랬단다.
한편 한신은 늘 큰칼을 차고 다녔는데, 어느 날 동네 건달이 한신에게 시비를 걸었다.
“야, 덩치 큰 친구. 큰 칼까지 차구 제법인데.” 시비를 걸며 놀려대자
구경꾼이 모였고 더욱 신이 난 건달이
“죽을 각오하고 나를 찔러보든지 당장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들어가든지!”
그러자 한신은 한 동안 그 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마침내 땅에 엎드려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어나갔고
이를 본 사람들이 모두 한신을 겁쟁이라고 놀려댔다.
그 후 기원전 202년 정월, 초나라 왕이 되어 고향에 찾아 온 한신은
제일 먼저 빨래하던 노파(漂母)를 찾아 천금(千金)을 주고,
정장에게는 일백전(一百錢)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後信爲楚王 召所從食漂母 賜千金 及下鄕南昌亭長 賜百錢).
자기를 욕보인 건달을 초나라 중위라는 벼슬을 주면서 말하기를
“그 때 굴욕을 참을 수 있었기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고 했다니
평소 붕어 빵 한 봉지가 유사시 황소 한마리보다 낫다는 말씀.
어느 구름에 비올 지 아무도 모르지!
그러니까 나한테 잘 해!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출전】- 사마천 : 김영수 著 <사기(史記)> 권 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 장성공공도서관 인문학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