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직원등 비리 혐의 입건
25억 장비로 참기름 짜다니---연구비 횡령·방조
연구원 예산을 횡령하고 과학기자재 독점 납품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전남생물산업진흥원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이재의 전 원장 등 관련자 2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연구원 원장부터 일반 직원, 장비 납품업자, 공무원까지 공금을 횡령하고 유용하는데 가담하거나 방조했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명절 선물용 참기름 세트를 만들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고 과학기자재 독점 납품 대가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업무상횡령·뇌물수수·뇌물공여 등)로 이재의(59) 전 나노바이오연구원장을 포함해 생산기술팀장 김모(44)씨 등 연구원 직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독점 납품 계약을 따 낸 혐의(뇌물공여·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과학기자재 납품업자 이모(44)씨 등 6명도 입건했다.
이 전 원장 등 연구원 직원들은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4년 동안 설이나 추석 때마다 참기름 세트를 유관 기관 관계자 등에게 명절 선물로 돌리기 위해 연구비 6200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비를 돌려 명절 선물용 참기름을 만들라"는 이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김 팀장 등 연구원 10여명은 참기름 재료를 구입한 뒤 마치 에탄올 등 연구원의 과학기자재를 산 것처럼 가짜 계약서를 작성해 연구원 예산을 유용했다.
매년 설과 추석 명절 때마다 이 전 원장의 명의로 150~200여명에게, 4년 간 이 같은 방법으로 참기름과 들기름 선물세트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원장은 참기름 재료를 구입하기 위한 가짜 납품 계약서인 사실을 알면서도 승인 결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물품이 실제 납품됐는지를 검사해야 하는 장성군 소속 파견 공무원은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
경찰은 "연구원의 25억원대 장비를 사용해 참기름과 들기름을 직접 만들어 직원들이 포장해 원장 명의로 선물을 보냈으며 연구원 홍보가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공금을 유용하는데 원장부터 직원, 관리 감독 공무원까지 가담하고 묵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은 또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0회에 걸쳐 '활동비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김 팀장을 비롯한 연구원 직원과 건설사 현장 소장 등 4명에게 현금 2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 직원들은 납품 업자들에게 받은 돈을 이 전 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김 팀장은 연구원에 과학기자재를 독점으로 납품하는 대가로 고등학교 동창인 납품업자 이씨 등에게 지난 2011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17회에 걸쳐 22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또 다른 연구원들은 납품업자 이씨가 독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이씨가 위조한 다른 업체의 비교견적서를 제출받아 물품납품 계약을 체결하게 도왔다.
연구원들의 이 같은 도움을 받은 이씨는 5개 회사의 명의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5년간 7억5000여만원, 또 다른 납품업자 박씨는 4년간 6000만원 상당의 과학기자재를 납품해 1억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신웅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원장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함께 공금을 횡령하고 유용하는데 가담했다"며 "이번 수사를 계기로 열악한 재정 속에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자체 산하기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또 다른 전남도 산하기관에서 납품 비리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