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더 이상 老人이 아니다

2009-09-02     장성뉴스

이제 노인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 현대사회의 노인은 예전 노인처럼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만큼 그렇게 무기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노인'하면 먼저 무기력 하다.

그래서 보살펴 주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노인을 보살핌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서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엊그제 세계인구의 날을 맞아 통계청이 내놓은 '세계 및 한국의 인구 현황'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지구촌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수준임을 재확인했다.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내년에는 11%로 선진국 평균인 15.9%보다 낮지만, 2050년에는 38.2%로 급증해 선진국 평균인 26.2%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반면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9988234'란 말이 유행어 처럼 떠돈다. 9988234는 구십구세(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면서 이틀(2)만 아프다가 삼일(3)째 죽(4)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다만 9988234는 지금과 같은 고령화 시대에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200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함으로써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는 고령화사회 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컨대 인구고령화와 평균수명의 상승에 맞게 고령층의 취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은퇴 후 수십년 동안 저축이나 연금, 정부 지원으로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지속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취업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상당 기간 평생 현역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 취업자가 평생교육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사회 니즈의 변화에 맞게 근로 능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고령화시대에 국민의 건강과 취업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 장수사회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65~73세 인구 가운데 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32.2%로 2002년보다 1.1% 포인트 증가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과연 한국 노인들은 위기에 처해 있는가.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하지 않는데 우리의 사회안정망은 여전히 부실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세대다. 부모에게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부채를 지고 있다. 그러기에 노인복지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정책 순위의 상위를 차지해야 한다. 노후생활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노후 소득 보장체계와 노후건강보장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다시 말해 99세까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노후 소득보장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가능한 일이며, 팔팔(88)하게 살기위해서는 노후건강보장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는 어쩌면 이상적인 의미일 뿐 현실적인 의미는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노인 문제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대처하는 수 밖에 없다.

또 일자리 창출은 더욱 중요하다. 노인들이 손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용정보 시스템부터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이제 노인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미기자> 전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