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주정업체 창해에탄올에 매각됐다

주정업체 동생이 형 살리나

2011-08-19     반정모 기자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보해가 주정(에탄올) 제조회사인 창해에탄올에 넘어갔다.
창해에탄올은 임건우 보해양조 전 회장의 동생인 임성우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로 형의 기업을 동생이 인수한 셈이다.

이번 보해양조의 결정은 보해저축은행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시각이다.
보해양조는 보해저축은행의 최대 주주로 저축은행 사태가 불똥이 튀면서 직면했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데다, 임건우 보해양조 전 회장까지 구속돼 회사 경영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인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해양조는 보해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자 부실 `저축은행'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되레 유동성 위기를 맞는 부메랑을 맞게 됐다.
부실이 깊어진 보해저축은행의 증자를 위해 무리하게 어음을 발행했던 보해양조는 금융권 채무에 대한 압박을 거세게 받아왔고 자금난을 겪으면서 최근 생산직을 제외한 관리직 직원들의 급여지금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와관련, 검찰에 구속된 임 전 회장은 지난 1월과 2월 보해저축은행 유상증자 과정에서 어음방식으로 자금을 끌여들여 보해양조에 420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이같은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임현우 사장을 비롯해 보해 전 임원이 지난 16일 사퇴한데 이어, 지난 17일 형제사인 주정업체 창해에탄올의 인수에 합의하게됐다.

보해양조는 "보해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으나 자체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한 외부자금 유입이 절실해 창애에탄올의 인수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해양조는 형제간 주인만 바뀔뿐 향토기업으로서 그 명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66년 설립한 창해에탄올 임성우 회장은 보해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차남으로, 보해양조 임건우 전 회장과 임현우 사장과는 형제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형제간 경영권 양도로 보여질 정도로 보해양조가 운영되는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창해에탄올이 현재 본사가 전주에 있지만, 보해양조의 계열사인 보해산업이 전신이다. 보해산업은 순천에 공장을 뒀었다"면서 "향토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형제간 주인만 바뀌는 것이어서 현재 보해양조는 그대로 유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해양조는 체질 개선과 함께, 전문경영인을 통한 조기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해양조를 인수 한 창애에탄올은 앞으로 실사를 거쳐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950년에 목포에서 창업한 보해양조는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규모 2230억원에 순매출액 125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보해양조를 인수한 창해에탄올은 보해양조와는 별개 법인으로, 연간 주정 출고량으로 진로발효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는 주정업체다. 지난 1966년 설립한 창해에탄올은 현재 창해에너지어링, 창해PNG, 창해인터내셔널, 창해웰빙푸드 등 4개사와 함께 창해그룹에 속해 있다.

또 창해에탄올 임성우 회장은 보해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차남으로, 보해양조 임건우 전 회장과 임현우 사장과는 형제간이다. 임성우 회장은 보해양조 임건우 전 회장과 함께 보해를 운영하며 소주 '김삿갓' 열풍에 기여했으며, 1991년부터 보해양조와 창해에탄올과의 운영을 병행하다 계열 분리한 뒤 2003년부터 창해에탄올 대표이사직만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