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독자칼럼

“요양기관의 수진자 자격확인의 필요성”

2010-06-04     장성뉴스

가입자는 진료 시 ‘신분증명서’를 제시,  병원은 ‘가입자 본인 여부’를 확인
평소 건강하여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던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며, 어떤 수술을 했다는 진료 사실이 통보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더욱이 향정신성 의약품을 정기적으로 투여받았다느니 평생 시술횟수가 제한되는 관상동맥용 스텐트 시술 기록이라도 있다면 보통 난감할 일이 아닐 것이다.

분명히 그 사람은 해당 병원을 의심하고 찾아가 심하게 항의도하고 해당 병원을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할 것이며 공단에서는 사실 여부를 조사하게 될 것이다.

본인의 사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그 순간 신고인과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병원간의 신뢰는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사례는 의료의 접근성을 쉽게 하고 국민의 편익 제고를 위해 진료 시 신분 확인을 강제하지 않은 제도를 악용하여 일부에서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대여하여 타인 명의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최근 3년 동안 부정 진료 1,600건을 적발하여 13억원을 부당이득으로 환수 조치하였고 과태료 처분과 형사고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주로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일부 해외교포, 외국인과 기소 중지자, 보험료 체납으로 건강보험급여가 제한된 자가 타인 명의를 도용하거나 대여하여 부정한 진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숫자가 증가되고 있는 추세여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타인 명의의 부정 진료는 개인의 진료내역을 왜곡시켜 정작 본인이 진료를 받아야 할 경우 남의 병력으로 인하여 투약을 잘못하여 의료사고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 바꿔치기, 병역비리 조장, 향정신성 의약품 중복 구입, 민간보험 사기행위, 미성년자의 불법낙태행위, 건강보험재정 누수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어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제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독일에서는 1993년부터 개인별 사진이 부탁된 IC카드로 요양기관에서 수진자에 대한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또한 보험카드를 악용하여 부정사용한 사람은 형사법상의 사기범으로 처벌하는 등 사회 분위기도 건강보험증 도용을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짧은 건강보험 역사를 가진 대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가입자 및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을 때 건강보험증을 요양기관에 제출하고 병원에서는 철저히 확인하는 등 의무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1998년 9월 의료의 접근성과 편익 제고를 위해 임의규정으로 개정되면서 타인 명의의 부정 진료가 증가하는 경향에 있다.

2007년 7월 제17대 국회에서 다시 강제규정으로 변경하자는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 폐회로 현재는 폐기된 상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병원에서 주민등록증 등 본인 확인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한 뒤 진료를 받도록 하는 방안과 출입국관리시스템을 건강보험시스템과 연계해 출입국 시에 미납 건강보험료를 체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마련하는 등 다시 법제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에서는 도용자와 대여∙차용자 모두에게 부정한 진료로 발생한 진료비를 전액 환수하고 있으며 별도의 과태료 처분은 물론 형사고발을 고려하는 등 부정 사용 근절을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타인의 건강보험증를 도용하거나 대여하여 진료를 받는 것은 부정한 행위로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의 절도행위와 같은 범죄라는 인식을 갖도록 국민에게 사실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아울러 병원에도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진료 시 가입자들의 신분증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신분 확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도록 계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끝으로 가입자는 진료 시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고 병원은 가입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여 타인 명의의 진료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